구룡마을 개발, 서울시-강남구 엇박자로 '무산 위기'
구룡마을 개발, 서울시-강남구 엇박자로 '무산 위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룡마을 개발계획' 위치도 (자료=서울시)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서울 최대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 개발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개발방식을 둘러싼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개발구역 지정해제 마감시한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서울시의 환지혼용방식 결정을 무효로 볼 수 없다며 시와 강남구가 조속히 협의하라고 통보했지만, 양쪽은 감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주장을 굽히기는커녕 오히려 힘겨루기에 몰두하는 양상이다.

◇ 강남구 "수용·사용방식으로 추진"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신연의 강남구청장은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서울시는 부당하게 변경한 환지방식을 직권 취소해야 한다"며 "시는 당초 계획대로 100% 수용·사용방식으로 투명하게 추진하라"라고 촉구했다.

도시개발계획 결정권자인 서울시는 SH공사의 재정 상황을 이유로 2012년 당초 '수용방식'에서 '일부 환지방식'으로 개발방안을 변경했다. 토지주에게 동의를 받아 개발한 뒤 일부 토지를 다시 돌려주는 방식이다.

반면 개발계획 입안권자인 강남구는 이 방식이 땅을 많이 소유한 일부 토지주에게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토지를 사들여 보상해주고 사업을 진행하는 '수용·사용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처럼 강남구가 특혜의혹을 제기하자 시는 지난달 12일 초기 18%였던 환지비율을 2~5%로 줄인 '1가구 1필지' 공급원칙을 제시했으나 강남구는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연희 구청장은 "시에서 이미 2012년 8월 특정 대토지주 등에게 대규모 환지를 주는 것을 계획한 사실이 드러났고, 또 이로 인해 투기혐의자 특정인 한 사람에게만 716억원의 특혜가 추정된다는 것을 감사결과에서도 명백히 밝히고 있다"며 "감사원 감사 결과 시가 대규모 특혜를 주려던 점과 행정절차상 하자가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시는 감사 결과를 왜곡해 해석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시가 특혜 여지가 없는 다른 방안을 제시한다면 언제든지 협의에 응할 것"이라면서도 "환지방식이 포함되는 한 개발계획 입안은 불가능하다"라고 못 박았다.

이와 관련, 지난 1~2월 감사를 벌인 감사원은 지난달 27일 "서울시가 개발방식을 바꾼 것을 무효로 볼 수 없으며 특혜의혹은 근거가 없다"라고 밝혀 사실상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날 강남구가 재차 서울시 안에 대해 퇴짜를 놓으면서 사실상 타협점 찾기가 어려워졌다.

신 구청장은 "구룡마을 개발사업은 강남구가 백지화하는 것이 아니다"며 "개발이 백지화될 경우 최종 책임은 시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발방식 변경을 무효로 보긴 어렵다'는 감사 결과를 어떻게 수용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나아가 그는 "감사원 감사가 부실하다"며 시가 대토지주의 불법 로비의혹과 특혜의혹을 제기한 주장이 근거 없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감사내용을 왜곡한 허위사실 유포로 검찰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 시 "대안 제시하던가 협의 나서야"
시는 SH공사가 제출한 구룡마을 개발계획안 외에 다른 대안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박원순 서울시장이 개발계획을 직권 상정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하지 않는 한 개발이 정상 추진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일 시는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일부 환지방식을 혼용한 개발방식이 유효함을 인정받았다"며 강남구에 구룡마을 개발계획 결정을 위한 절차 이행을 촉구했다. 하지만 강남구는 이날 SH공사가 제출한 해당 개발계획안을 다시 반려했다.

시 관계자는 "개발사업이 무효가 아니라는 감사결과가 나온 상황에서도 강남구는 협의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시를 공격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며 "주민공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중앙정부와의 협의 절차 등을 고려했을 때 1주일 내에 협의하지 못하면 사실상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강남구가 협의에 나서든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 역시 △일관성 없는 개발구역 설정 △군사시설 포함 △적정하지 않은 임대주택 공급 기준 등 감사원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한편 구룡마을 개발방식을 둘러싼 두 기관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거주민의 정착방안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2012년 8월 개발지정구역으로 고시된 구룡마을은 총 28만6929㎡ 규모로 SH공사 주도 하에 임대아파트 1250가구를 포함, 총 2750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다.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인접해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며 개발여부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하지만 내달 2일까지 강남구가 개발계획을 입안하지 않으면 개발구역 지정이 해제돼 사업이 백지화된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