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별 '매도 보고서' 비중 공시?…업계 "글쎄"
증권사별 '매도 보고서' 비중 공시?…업계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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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이 곧 매도…실효성 없어" 한 목소리 

▲ 지난해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매도보고서 현황. (자료=금융투자협회)

[서울파이낸스 고은빛기자]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매도(Sell)' 보고서 비중이 0.5%에도 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별 매도 비중 공시 추진에 대해 업계는 '현실을 외면한 대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23개 증권사의 평균 매도비중은 0.47%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매도보고서를 낸 증권사는 한화투자증권으로 4.6%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초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고객 수익률 확보를 위해 전체 보고서의 10%를 매도보고서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데 따른 결과물로 보인다.

이외 한국투자증권이 3.3%로 2위를 차지했으며 동부증권(0.9%), 메리츠종금증권(0.8%) 순으로 집계됐다. 유진투자증권과 키움증권도 매도비중이 각각 0.6%로 집계돼 간신히 체면을 세웠다. 이들 증권사들은 대체로 매수의견 비율도 평균 79.7%로 업계 평균보다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현대증권, 대우증권 등은 지난 1년간 단 1건의 매도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해당 증권사들은 매수의견 비중이 대체로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매도의견 0건인 증권사 중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그나마 중립비중이 각각 27.4%, 26.3%로 다소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일단 증권가에선 이미 '중립' 의견이 사실상의 '매도' 의견이며 보고서 내용이나 제목에 애널리스트가 제시하는 주가 방향이 포함돼 있다는 입장이다. 또 매도 비중 확대를 위해선 적자기업 등 부실한 기업에 대한 커버리지를 넓히면 되지만, 코스피 시총 상위주에 대해 매도의견을 못 내면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레포트의 '박스권이다', '기다려야 한다' 등의 제목이나 코멘트로 주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며 "오히려 목표주가와 매수 의견만 보고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문제인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다수 리서치센터장들이 매도 비중을 늘리는 것에 대해선 불필요하다는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일부 증권사에선 매도비중을 맞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느낌도 든다"며 "다만 수 십개 기업에 대한 매도의견인지, 보고서 1장 짜리를 냈는지 상관없이 대기업에 대한 매도의견을 낸 것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 중소형증권사 리서치센터장도 "현재도 Buy, Holding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목표주가 범위도 20%대로 넓게 잡은 만큼 주가를 추종해서 무작정 레포트를 고치지 말자는 입장"이라며 "매도의견을 쓰는 건 연구소 정도만 가능하지 애널리스트는 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현대차 등 일부 자동차 업종의 주가 하락을 예로 들며 "자동차 주가가 엔저로 많이 하락했지만 매도의견을 제시 안 하더라도 코멘트에는 이미 충분한 설명이 반영돼 있고, 주가에 대한 방향성이 매수 및 매도 의견보다 더 중요한 만큼 매도비중 공시가 얼마나 효과적일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금융투자업계는 매도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현실적인 여건 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코스피 시총 상위종목의 경우, IR(기업설명회)를 하는 자리에서 애널리스트에게 부정적인 의견이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도록 '사실상' 강요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대기업에 대해 매도의견을 내면 해당 증권사로 해당 그룹의 CMA자금이 안 들어오면 증권사 영업이 힘들어진다"며 "그렇다고 대기업 외에 부품 기업 등에 대해 매도의견을 내서 매도 비중을 높이는 건 오히려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형증권사 리서치센터장도 "글로벌 증권사도 그 나라의 기업에 대해선 매도의견을 내기 쉽지 않은 만큼 국내 증권사만 매도의견이 적다는 말은 억측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선 매도의견을 높이기 위해 현재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맡기기 보다는 업종별로 담당하는 방식의 아웃소싱 형태로 바꾸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법인 영업을 위주로 하는 증권사 뿐만 아니라 모든 증권사가 매도 보고서를 낸 기업에서 출입정지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힘들다"며 "일선에서는 매도보고서 발간이 불가능한 만큼 아예 업종별로 분석을 하는 전문업체를 아웃소싱 하는게 그나마 현실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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