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해외 마이너스금리 영향 면밀히 분석"
[일문일답] 이주열 "해외 마이너스금리 영향 면밀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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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일본, 유럽 등 해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것과 관련해 "저희(한은)로서도 상당히 큰 관심사"라며 "새로운 통화정책이 어떤 영향을 끼칠치 면밀히 보고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0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3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열고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많지만, 도입의 효과는 지켜보고 판단하자는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지난달 금통위와 경기 인식이 어떻게 달라졌나?

=기본적인 인식은 지난달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달에도 말씀드렸지만 국내 경제가 많은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다. 최근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경제심리가 약화되면서 하방 리스크가 조금 증대되기는 했지만, 또 반면에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유가가 상당폭 반등했고 미국 지표가 호조를 나타내는 것은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수출 여건도 금융시장의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많이 진정됐지만, 불안 요인을 해소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계속 지켜보면서 다음달 경기전망을 내놓겠다.

▲금통위원 임기 만료에 따른 한은의 추천 인사는 어디에 주안점을 둘 생각인지?

=인사 얘기는 현재 제가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

▲일부 금통위원이 금리인하를 주장했고, 민간 연구소에서는 적정 기준금리 수준이 현행보다 낮다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적정 금리 수준은 다양한 방법으로 추정할 수 있다. 추정 방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통화정책에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해당 민간 연구소는 소위 테일러룰에 의해 통화정책을 평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테일러룰에 의한 적정금리는 물가와 추정 모형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그런 결과로 현재 금리수준이 어떻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미국에서도 연준 개혁법안을 놓고 준칙금리에 따르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이는 적정치 못하다는 것이 일반적 컨센선스다.

현재 금리 1.5%는 충분히 완화적인 수준이다. 낮추면 더 완화적 수준이겠지만 현재 금리수준이 완화적이라는 것은 한은의 일관된 시각이다. 현 금리수준이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은이 국제경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후속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나라 중앙은행 움직임을 보고 한은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일률적으로 말씀하셨는데. 일본 등 다른나라가 마이너스 금리를 하는 것은 국내 사정과는 전혀 다르다. (마이너스 금리 채택 국가는) 디플레이션 우려에 휩싸였고, 경제가 침체 수준으로 갔기 때문에 성장률도 마이너스로 간다. 긴축통화로의 진입 차원에서 그런 조치를 하고 있다. 타국 중앙은행 조치를 보고 우리는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 늦은 것 아니냐고 판단하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대신 다른나라 중앙은행의 결정이 국내 금융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변화를 지켜보면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참고할 생각이다.

▲성장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고려한다고 했지만 더 우선적으로 판단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둘 다 중요한 사안이다. 어느 한쪽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기 어렵다. 사실상 금융안정이 성장과 전혀 별개의 사안은 아니다. 연결돼 있기 때문에 성장과 금융안정을 균형있게 고려하고 있다.

▲외국인 자본 유출입에 대해 평가한다면?

=올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동향은 2월 중순까지는 큰폭으로 감소했다. 2월 중순 이후에는 그 흐름이 유입 전환되는 모습이다. 유가 반등, 미 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위험회피 성향이 완화된 데 힘입은 결과다. 그에 더해 일부 외국 중앙은행이 국내 채권시장에 자금을 투자했다. 이는 우리 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외국인 투자심리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글로벌 유동성이 상당히 많이 공급돼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변화로 인해 이런 흐름이 다시 바뀔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계속 경계하겠다.

▲내수 동향은 어떻게 보고 있나?

=2월 중 내수 동향의 일부 지표와 모니터링을 토대로 파악하고 있다. 분석 결과 소비나 설비투자가 2월 중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 부진의 정도는 1월보다는 다소 완화되지 않았나 조심스레 생각한다. 따라서 내수 흐름을 저희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3월 지표를 지켜본 뒤 4월 마무리할 때 반영할 생각이다.

▲금리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중 어느 요인이 소비심리 확대에 영향을 미치나.

=금리인하와 재정지출 확대가 나름대로 경로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 판단 시계를 어디까지 두느냐에 따라 다르다. 지출 성격과 규모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둘중에 어느것이 더 크다고 답변할 수 없다. 한가지 첨언을 한다면, 얼마전에 끝난 G20 회의에서도 논의가 있었는데 성장세 회복을 위해서는 재정정책, 통화정책, 구조조정 등 삼중 정책이 같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4월 상방리스크와 하방리스크 중 어느 부분이 더 클 것으로 보이나?

=우리 경제 여건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경기 흐름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상하방 리스크를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4월이 어떻다 단언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지만 1월 실물지표, 모니터링 지표를 보면 실적치가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방리스크 측면에서는 국제유가의 상당폭 반등, 미국 경제 지표의 호조세, 국제금융시장 불안정성의 진정 등이 긍정적인 신호다.

▲금리 결정에 자본 유출입 우려가 고려된 건지?

=금리 결정을 할 때는 소위 거시경제의 실물적인 흐름, 금융안정 쪽에서의 외국인 자금 흐름, 가계부채와 실물·금융 리스크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 자본 유출입도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하나의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원달러 변동성이 재작년에 비해 커보이는데, 괜찮다고 보는지? 금융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최근 달러 변동성을 어떻게 보고 있나?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국제금융시장이 상당히 불안정했고 그에 따라 미 달러 가치가 움직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환율이 그야말로 시장수급원리에 의해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다. 변동성이 있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돼 시장에 쏠림현상이 있으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점에는 유의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섰는데, 국제 경기 흐름이 지금같은 모습을 유지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나?

=어려운 질문이다. 여러가지 전제를 놓고 답변하기는 곤란하다. 금리를 결정할 때 그같은 부분을 모두 고려할 것이다. 경기와 관련해서는 지금의 경기보다도 앞으로의 경기 상황과 흐름이 보다 중요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

▲금리인하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경로에 대한 견해는?

=한국은행이 지난 1년 사이에 금리를 1%p 내린 이후 결과를 보면, 금리 경로, 신용 경로는 분명히 작동을 하고 있다. 시장금리가 인하가 됐고, 그에 따라 차입수요도 견조하게 늘어나는 것을 보면 금리 경로와 신용경로를 통한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자산 가격이나 환율 경로는 확실치 않다. 환율 경로는 금리 이외에 다른 요인이 워낙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금리에 따른 환율 효과를 정확히 추정하기 어렵다. 특히 대외여건 불확실성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보이는 상황에서는 환율 경로, 자산가격 경로를 통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상당히 불확실하다.

▲최근 국내외 경제동향 평가를 보면 2월에는 1월보다 부진이 덜하지만 기대엔 못미친다는 내용이 섞여있다. 경기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고 보면 되나?

=지난달 내수개선이 주춤해졌다는 표현을 했다. 1월 중 모니터링 지표로 판단했다. 연초 들어서는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전년말 종료되면서 일시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일시적 요인이 좀 작용했다고 하는 뜻을 담아서 주춤했다고 표현한 것이다. 1월 지표가 나오고 2월에도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개선세가 약화됐다고 표현했다. 그렇지만 아까 언급했듯 부진의 정도가 1월보다는 2월이 덜한 것으로 판단했다.

▲일부 금통위원이 소비지심리지수 등에 대한 선제적 대응 필요성을 언급하는데, 총재의 생각은?

=경제심리가 많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심리가 낮아진 이유는 상당히 복합적이다. 경기가 부진한데 더해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불안정성이 많이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금리인하와 심리만을 관련해서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추구하는 기대효과가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금리를 조성하는 것이다.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의 효과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채널 작동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 한은이 금리를 내린다면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게 아니고, 금리정책도 타이밍이 필요한데 과연 지금 금리를 조정했을 때 그런 채널이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에 어떻게 작동할지 계속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출 부진에 어떤 타개책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수출 타개책에 대해서는 다시 언급하지 않아도 많은 의견이 나와있다. 첫번째로 글로벌 수요가 부진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수출이 많이 감소한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세계 전체 교역 규모에서 우리나라 차지하는 비율은 높아졌다. 기본적으로 주된 요인이 세계 교역 축소, 글로벌 수요 부진에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전제하에 경쟁력 제고 노력 등을 긴 호흡으로 봐야하지 않겠나. 수출부진에 대해서도 좀 약간 긴 시각에서 보고, 글로벌 전체에서도 그런 시각으로 보면 답은 나오지 않을까.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해외 중앙은행들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마이너스 금리는 거슬러 올라가면 글로벌 위기 직후 북유럽 일부 국가 덴마크 스위스 등이 시행했다. 그 나라들의 마이너스 금리는 나름대로 취지가 있었다. 해외자금 유입에 따른 자금 통화절상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 1월 말에 일본은행 취한 마이너스 금리가 관심을 끌고 있는데, 논란이 많지만 마이너스 금리 도입의 효과는 조금 지켜보고 판단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실 마이너스 금리 제도의 도입은 어느나라 중앙은행에서도 관심사다. 어떤 효과를 갖고 올지 지금은 비판적 시각과 실효성 있다는 시각이 모두 있다.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할 상황이다. 한국이 지금 그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통화정책이 어떤 영향을 끼칠치 저희로서도 상당히 큰 관심사라 면밀히 보고 분석하겠다.

▲가계부채에 대한 금통위 시각이 완화적인 것 같은데.

=가계대출에 대한 시각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가계대출은 높은 수준까지 올랐고, 부채 수준을 좀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시각이다. 정부도 그런 필요성에 따라 대책을 내놨고, 소위 대출심사 과정에서 소득과 상환능력을 본다는 가이드라인을 시행한지 얼마 안됐다. 가계대출은 계속 중요한 과제로 봐야 한다는 종전의 시각과 동일하다.

▲금통위의 점검 요인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추가됐는데.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놓쳐서는 안될 부분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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