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증시는 벌써 '대선정국'…정치인 테마株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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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탄핵 표결 전후 유력 대선 후보 테마株 '널뛰기'
금융당국, 대응 방안 마련…"투자자 인식 개선 우선돼야"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기자]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표결된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 '정치 테마주'들이 요동치고 있다. 탄핵 가결 이후의 정국을 염두에 둔 투자자들이, 일부 대선 후보들과 연관된 테마주들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정치테마주의 출현이 예상됨에 따라 금융당국과 유관기관들은 투자자 주의와 함께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황교안 국무총리의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들의 주가 움직임이 뚜렷한 모습이다. 대표적 '황교안 테마주'로 거론되고 있는 음향기자제업체 인터엠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을 앞둔 지난 5~8일 상승 곡선을 그리며 주가가 50% 가까이 뛰었다.

특히 표결이 이뤄지기 전날인 8일엔 가격 제한폭까지 치솟으며 4000원선을 넘어섰다. 2000원대 중후반 선에서 형성됐던 주가는 며칠 만에 4000원 선까지 진입했다. 인터엠이 종가 기준 4000원 선을 찍은 건 200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또 다른 '황교안 테마주'인 국일신동은 지난 8일 13.47% 급등, 5140원으로 거래를 마쳐 지난 9월 이후 석 달 만에 5000원 선을 터치했다.

이들 종목은 회사 대표가 황교안 국무총리와 대학 동문이라는 이유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황교안 테마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박 대통령의 탄핵 가결 뒤, 황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국정이 운영될 것이란 관측이 투심을 자극시켜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반기문·이재명 등 이른바 '정치인 테마주'도 주식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문재인 테마주' 대성파인텍은 박 대통령 탄핵 표결 당일 가격 제한제한폭까지 오르는 등 나흘간 무려 52.87%가 뛰었다. 사흘간 이뤄진 거래량만 6600만여 주에 달한다.

이전까지 하락 흐름을 보였던 것과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탄핵 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력 대권 후보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테마주에 투기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에이엔피(30.41%) 우리들휴브레인(8.94%) 서희건설(7.45%) 우리들제약(5.78%) 등 또 다른 '문재인 테마주'들도 나흘간 오름세를 탔다.

여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테마주인 지엔코, 성문전자, 씨씨에스 등과 최근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3위까지 치고 올라온 이재명 성남시장과 관련된 형지엘리트, 아즈텍WB 등의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급등한 이들의 주가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꺾였다. 지난주 박 대통령의 탄핵 표결 전후로 큰 폭의 오름세를 시현했던 인터엠, 대성파인텍 등 정치인 테마주는 일제히 지지부진한 흐름으로 전환한 모습이다.

이들 정치인 테마주는 상황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한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주가 흐름의 뚜렷한 사유는 없다. 이에 '알맹이 없는' 정치인 테마주의 주가 흐름만 보고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실제, 정치인 테마주로 꼽히는 기업 대부분은 혈연과 학연, 지연에 의해 형성됐다.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는 무관하게, 특정 소문에 따라 널뛰기 장세를 연출한다. 이는 시장 혼란 야기와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탄핵 후 조기 대선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들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당국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은 최근 합동 세미나를 열고 테마주 등 이상급등종목에 신속히 대응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는 금감원, 검찰, 거래소와 함께 '시장질서 확립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기한 없이 운영키로 했다. 사이버루머 합동 점검반을 가동하고, 인공지능(AL) 시스템을 도입해 이상거래아 신형 불공정거래를 철저히 단속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당국의 예방·해결책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투자자들의 인식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정 주가의 테마 형성 과정 파악이 매우 힘들고, 주식 투자 자체가 개인 판단에 의해 이뤄지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당국에서도 개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번 알고도 속아 피해를 입는 것은 투자자들의 섣부른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치솟는 주가에 쉽게 현혹되지 말고, 해당 기업의 가치를 면밀히 검토한 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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