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인선 갈등, '명분'은 어디가고 '실리'만
은행장 인선 갈등, '명분'은 어디가고 '실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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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전북銀 노사 합의, 노조요구 대거 수용
"급작스런 입장 변화…관치 금융 빌미" 우려
 
[이재호 기자]<hana@seoulfn.com>세간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파업'이라는 극단적 사태로 까지 비화될 듯 하던 우리은행과 전북은행의 행장 선임과 관련된 노사 갈등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협상을 통해 파국을 막은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이번 사태가 과연 무엇을 남겼는 지는 한 번쯤 곱씹어 보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어떻게 보면 '국민 모두의 은행'이기에 더더욱 그렇다는 지적이다.   
이번 합의의 특징은 우선 노조의 주장을 거의 100% 신임행장이 수용했다는 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노조의 밥그릇 키우기'니 '신임행장 길들이기'니 하는 뒷말과 함께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8일 우리은행 노사는 3일간에 걸친 마라톤 협의를 통해 극적으로 합의를 이뤄냈다.
우리은행 노사의 합의 내용은 ▲인적 구조조정 금지 ▲다른 은행과 임금격차 해소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우리금융지주 지분의 일괄 매각 방지 ▲경영개선약정(MOU) 조항의 불합리한 부분 개선 ▲경영진 선임 때 내부 인사 중용과 무분별한 외부인사 영입 지양 ▲협력적 노사문화 정착 등 6개 항목이다.
노사는 또 202.4%의 초과업적성과급 지급, 직원들의 합리적 성과 보상과 승진적체 해소, 효율적 인력운용 방안 등을 논의할 '보상제도 개선 실무작업반'(TF) 구성에 합의하고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바람직한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우리은행에 앞서 노사 합의를 이끌어 낸 전북은행 노사는 '노사발전경영협의회'를 구성키로 했다.
이 밖에, ▲은행 M&A 노사합의 ▲행추위 규정 제정 ▲은행장 중간 경영 평가 ▲공정한 인사관리 위해 노사 공동 TFT 구성 ▲은행의 미래 발전을 위해 (가칭) '전북은행 비전21 노사연구팀' 구성 등을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세부내용과 방법 및 시기는 '노사실무팀'을 통해 별도로 마련키로 했다.
기업은행도 최근 근무시간 정상화를 위한 '노사공동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야근과 휴일근무 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주목할 것은 이번 행장 선임과 관련 노조와 은행간의 합의 내용을 보면 노조의 입장이 대부분 관철됐다는 점이다.
이들 노조의 은행장 선임 반대 명분은 '낙하산' 또는 '관치인사' 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일견 수긍이 가는 점 또한 없지 않다.
그러나, 합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결국 노조가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한 '압력행사'라는 비판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도 없다는 지적이다.
즉, '관치'라는 명분을 내세워 최대한 '실리'를 챙긴 전형적 사례라는 것. 일각에선, '관치인사' 자체가 문제의 본질이라면, 노조가 볼썽사나울 정도의 상황을 연출(출근 저지)하고서 그렇게 쉽게 상황변화를 시도하거나 수용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실제로, 우리은행 노조의 경우 박해춘 행장의 출근을 저지한 당일 은행측이 마련한 협상 테이블에 참석했다.
약 한 달동안 박 행장의 선임을 반대해온 것을 감안하면, 당일 협상테이블에 앉은 것은 당혹스러울 정도의 급격한 입장변화다.
또, 전북은행의 경우도 홍성주 행장의 3연임 저지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철야농성투쟁에 돌입한 이후 3월6일 대주주 삼양사 앞 항의집회, 청와대 탄원서 전달 등 강경하게 반발해오다가 4번에 걸친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뤘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전북은행의 노사 합의가 노조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마무리된 것 자체가 행장이 노조의 압력에 백기를 든 것"이라며 "이러한 사례가 과거부터 계속 되어 왔기 때문에 노조가 이를 무기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행장선임 등에 참여하려고 하는 것은 은행의 발전을 위함이며, 노조가 제시한 사항도 은행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들 뿐"이라며 "이를 두고 밥그릇 싸움으로 폄하하는 시각 자체가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한편에서는 이런 식의 타협이 빈번해지다 보면 자칫 '관치인사'라는 문제의 본질이 희석되고, 관치가 설자리를 스스로 제공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을 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재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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