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국민연금, 대우조선 '막판 진땀'…'P플랜' 모면하나
산은-국민연금, 대우조선 '막판 진땀'…'P플랜' 모면하나
  • 정초원·김희정 기자
  • khj@seoulfn.com
  • 승인 2017.04.14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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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이틀째 실무진 마라톤협상…국민연금 "17일 전까지 결론"

[서울파이낸스 정초원 김희정 기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안을 두고 막판 마라톤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오는 17일 진행될 사채권자집회 전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KDB산업은행과 협상을 마무리하고 전주 기금운용본부에서 투자위원회를 열어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안 수용여부를 최종 논의 한다. 그간 채무재조정 논의는 평행선을 유지해왔지만, 전날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전격 회동 이후 합의점을 찾는 쪽으로 기류가 변했다.

강 본부장은 전날 회동과 관련 "대주주로서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책임 있는 경영정상화 의지를 나타내며 '기금 손실 최소화 의지'를 이해하고 전향적으로 협상에 임해줘 상호 협의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양측 실무진은 전날 밤샘 협상을 벌였고 이날 오전부터 다시 접촉해 늦은 오후까지 실무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측은 "KDB산업은행 측과 협상 결과를 고려해 오는 17~18일 예정된 사채권자집회 전에 투자위원회를 열어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이 발행한 회사채 1조5300억원 중 3887억원(약 30%)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오는 21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4400억원의 절반가량인 2000억원을 국민연금이 들고 있다. 최대 사채권자인 국민연금이 채무 재조정안을 수용하면 오는 17~18일에 열리는 사채권자집회에서 우정사업본부·공무원연금공단 등 12개 기관 투자자들도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의 마지막 결정이 사실상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을 결정짓게 된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 현재까지 협상을 진행 중인 국민연금과 KDB산업은행 두 기관은 회사채·기업어음(CP) 출자전환 잔여 채권 상환 관련 문제를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간 금융당국과 KDB산업은행은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들에게 50% 출자전환과 나머지 3년 상환 유예를 요청했다. 전날 회동에서 이 회장은 국민연금이 채무 재조정안에 따라 준다면 만기 연장분에 대해 우선상환권을 별도 계좌의 일종인 에스크로 계좌를 통해 '보장'하겠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될 한도성 여신 2조9000억원을 사채권자의 상환유예분을 갚는 데 쓸 자금과, 선박 건조 등의 운영에 쓸 자금으로 각각 구분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의 생사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출자전환하지 않은 나머지 회사채에 대해 KDB산업은행이 지급 '보증'을 해달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KDB산업은행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국민연금에 문서로 된 확약서를 써 줄 용의가 있다는 뜻까지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채무 재조정안에 동의하면 일단 50%는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1% 금리에 3년간 상환 유예된다. 3년간 분할상환을 받는 조건으로 확약서 등을 통해 절반 정도의 돈은 건질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과 KDB산업은행의 협상이 실패하면 대우조선해양은 초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의 첫 사례가 된다. P플랜은 기업을 단기적으로 법정관리에 보내 법원이 강제로 채무 재조정을 한 뒤 워크아웃 절차로 되돌려 놓고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새로운 법적 구조조정 방식이다.

절차상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0~21일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법원의 주도아래 채무조정을 받게 된다. 회생을 전제로 자금도 지원되는데 이 때 신규 투입될 국책은행의 자금은 3조3000억원~3조5000억원 이상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추산이다. 아울러 사채권자들은 강제적으로 90% 출자전환 해야 하기 때문에 원금 회수는 높은 확률로 불가능해진다. 사채권자들이 대우조선해양의 청산 가치 정도만 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막판 조율을 거쳐 국민연금이 채무 재조정안에 동의하면 대우조선해양의 자율적 구조조정안 돌입 여부는 다음 주 열릴 다섯 차례의 사채권자 집회에서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국민연금의 의견에 'P플랜이냐', '자율적 구조조정이냐'의 기로가 갈릴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위 개최 이후 사채권자 집회를 거치는 과정에서도 또 다른 변수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7~18일 열리는 다섯 번의 사채권자 집회 중에서 한 번만 부결돼도 대우조선해양은 P플랜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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