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기회의 땅' 베트남 진출 러시…미래에셋 外 성적 부진
증권사, '기회의 땅' 베트남 진출 러시…미래에셋 外 성적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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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6%대 잠재력 부각…KB·NH·한투·신한투자 등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국내 증권업계가 베트남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잇따라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베트남 시장의 성장성과 향후 잠재력에 매력을 느껴 현지 증권사를 인수하거나 법인을 설립해 사업 영토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10월 베트남 중소형 증권사인 매리타임증권(Maritime Securities Incorporation)의 지분 99.4%를 378억원에 인수한 뒤 지난 달 9일자로 자회사로 편입했다.

매리타임증권은 지난 2008년 베트남 하노이에 세운 중견 증권사로, 현재 호치민 등 3곳에서 지점을 운영 중이다. 베트남 현지 79개 증권사 가운데 자산 기준 27위, 자기자본 기준 업계 24위, 주식 시장점유율 기준 15위권에 랭크돼 있다.

KB증권의 합류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증권사는 총 6곳으로 늘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07년 미래에셋증권 당시 홍콩법인 내 합작회사 형태(지분 49% 소유)로 설립됐고, 이후 2015년에 지분율을 100%로 높였다.

NH투자증권은 2007년 호찌민 사무소를 설립하며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고, 이후 2009년 현지 증권사인 '베트남CBV'의 지분 49%를 인수했다. NH투자증권은 현재 CBV를 완전 자회사화하기 위한 잔여 지분 51% 추가 인수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2010년 베트남 현지 증권사(EPS증권) 지분 49%를 인수한 뒤 지분율을 98.2%까지 확대했다. 인수 5년 만에 베트남 내 100개 증권사 가운데 10위권으로 도약한 바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 2015년 현지 증권사인 '남안증권'(NASC)의 주식 1400만주를 인수한 후 이듬해 2월 '신한베트남'을 설립했다. 2007년 베트남에 진출한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지속된 손실로 영업정지 상태다.

국내 증권사들이 베트남 시장 진출에 나서는 이유는 단연 경제 성장성에 있다. 베트남은 최근 연평균 6%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최근 세계은행(WB)은 내년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이 6.7%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시장은 탄력 있는 내수진작과 활발한 제조업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일반 기업들의 러시도 잇따르고 있다"며 "우리 증권사들도 베트남을 '포스트 차이나', '블루오션'으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 정부도 자본시장을 개방하는 증시 부양에 대한 의지도 내비치고 있어 국내 증권사들이 더 큰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베트남 시장의 높은 성장성에도 올해까지의 현지 법인 실적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미래에셋대우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익 폭이 크게 줄었거나, 적자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미래에셋자산증권베트남'은 올 3분기 누적 순이익 28억7600만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14억8500만원)과 비교해 두 배가량 뛴 수준이다. 적극적 영업활동으로 수익성 개선됐다는 평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도 전년과 견줘 5배가량 급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KIS 베트남증권'은 흑자 기조는 유지했지만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40억6100억원 냈지만, 올해는 9억6600만원으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올 4분기 실적까지 포함한 연간 실적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의 베트남 법인 실적도 지지부진하다. NH투자증권의 베트남 법인 '우리 CBV'는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5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억6300만원)보다  영업손실을 냈던 지난해보다 적자폭이 3.4배 확대됐다.

올해 베트남 법인의 완전 자회사를 추진, 현지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비용 발생으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지 대주주와의 가격협상과 인력 정리, 현지 당국 인가 등을 거치면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은 보류된 상황"이라며 "이에 판관비 발생과 불용자산 상각 등으로 적자가 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현재 100% 지분 인수 마무리 단계로, 조만간 법인장 인사를 비롯한 현지 비즈니스를 구축할 예정"이라며 "이후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손익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KB증권 이전까지 가장 늦게 베트남에 진출한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의 '신한금융베트남'도 인력과 IT(정보기술) 등 초기 비용이 발생하면서 올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 6억55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6억2400만원)과 비슷한 적자 규모다. 향후 신한금융그룹 네트워크를 활용한 현지 IB 딜소싱에 적극 나서 우수한 상품을 국내에 공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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