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 "정부, 라돈침대사태 대응 허술"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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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소협 '생활 속 방사능물질 사용 얼마나 안전한가?' 포럼 열어 대책 마련 촉구
16일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생활 속 방사능 실태와 대책 마련' 소비자포럼에서 강정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왼쪽에서 다섯번째)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생활 속 방사능 실태와 대책 마련' 소비자포럼에서 강정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왼쪽 다섯째)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1급 발암물질 라돈이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검출된 지 넉 달째를 맞았지만, 정부의 허술한 대응 탓에 소비자들은 아직도 불안하다며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라돈 침대 사태'가 불거진 뒤 정부는 생활용품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법을 손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 '임시방편'이란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단체는 '모나자이트'뿐 아니라 다른 광물이 함유된 제품에서도 라돈이 나온 것에 대한 해명, 라돈 검출 매트리스 사용자들에 대한 건강피해와 역학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협)와 우원식·윤호중·이학영·윤일규 의원은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생활 속 방사능물질 사용 얼마나 안전한가?'란 제목의 소비자포럼을 열어 방사능 사용 실태를 알아보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강정화 소협 회장은 "라돈 침대 사태 직후 정부는 침대 매트리스를 제조·판매하는 49개 업체에 대해 현장 조사했다고 했으나, 최근 또 다른 가구회사의 침구류에서도 기준치 이상 라돈이 검출되는 등 소비자의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라돈 침대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제대로 된 책임 규명과 대책 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기관 발표를 종합하면, 특허청은 생활 밀착형 제품에 상시 모니터링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특허권 효력 제한 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7월부터 생활용품 중 위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을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으로 분류해 4단계로 관리하고 있다. 안전 인증을 사전에 완화하는 대신 사후 관리를 위한 '한국제품안전관리원'도 세우기로 했다. 

정부에서 제도 개선 방향을 내놨지만 소비자단체 눈길은 싸늘하다.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내놓는 임시방편인 데다가 문제를 일으킨 제품을 허가한 데에 대한 사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위원장은 "라돈 침대 사태가 5월 보도된 후 3개월이 지났다. 토론회가 3번 있었는데, 산업통상자원부는 2개월 전 침대 49개 업체 조사했다는 발표와 달라진 게 없다"며 신제품 출시 전 사전 유해성, 안전성 검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특허청 대책에 대해선 "공중위생 해칠 우려가 있는 특허는 못 받게 하지만 예외조항이 있고, 안전성 판단이 곤란하다고 하면서 결국 특허를 내준다"며 "특허해 준 제품 안전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까지 효능·효과 인정해준 셈인데 책임  안 진다는 건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료 물질 취급자 등록을 확대하고, 심사를 강화해 "변화가 많았다"면서도 의심 제품 조사 확대 방안은 막연하다며, 원료 물질에 대한 공개와 건강피해조사, 역학조사도 요구했다. 

매트리스 수거 당시 조사도 함께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영수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급하게 수거하고 인수증을 쓴 문제가 컸다"며 "전문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닌데, 수거 과정에서 조사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매트리스에서 방사능이 얼마나 나오는지 파악을 잘 못 했다"며 "노출 수준으로 어떤 문제 발생하는지 건강문제 추적 관찰이 치밀하게 돼야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2차 피해도 우려했다. 주 교수는 "매트리스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천안과 당진으로 수거, 해체하는 과정에서 동원된 집배원과 수거업체 노동자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의도와 달라 노출되는 거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라돈 파동처럼 사회적 참사들이 벌어질 때마다 부처 간 책임을 나누기보단 국가 차원에서 조사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집단 피해에 대한 공인 조사 프로세스가 없으면 매번 (사건이) 똑같이 반복될 것"이라며 "기업에 대한 감시도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원은 라돈 매트리스 관련 집단분쟁조정절차 물꼬를 텄다. 지난달 말 기준 6000여명이 참여 의사를 드러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이해당사자와 소비자단체 의견을 반영해 분쟁 조정에 나선다. 늦어도 9월까지는 조정 결정을 낼 계획이다.

지난 5월 대진침대 제품에서 폐암 유발 물질 라돈이 다량으로 검출된 이후 가구업체 까사미아 매트와 중국에서 들여온 라텍스에서 고농도 라돈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은 라돈 침대 공포에 떨었다. 대진침대 매트리스 중 '파워그린슬리퍼R'에선 기준치 13배가 넘는 13.74밀리시버트(mSv) 피폭선량이 측정됐다. 자연상태 연간 피폭 한계치는 1mSv다. 이는 통상 엑스레이 촬영 한번으로 노출되는 수치 0.1mSv의 10배다. 피폭 한계치를 1mSv 정한 이유는 자연 상태에서도 1년에 3mSv 정도 방사선을 받기 때문에 4mSv를 넘기지 못하게 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한편, 이날 소비자포럼을 공동 주최한 우원식 의원은 라돈 침대 사태와 관련해 "지금도 진행 중인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아픔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총리 산하로 격상된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 생활 속 방사능 문제를 의제화하여 종합적 대응대책을 신속히 마련할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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