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 '경고등'···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만에 '위기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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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융안정상황 보고서
"금융시스템 복원력은 양호 수준"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금융 안정 상황을 나타내는 금융안정지수(FSI)가 4월 10년 10개월 만에 위기단계에 진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경제가 직격탄을 맞자 우리나라 금융시스템도 심각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FSI는 지난 4월 22.3으로 위기단계에 진입했다. 이 지수가 위기단계에 올라간 것은 지난 2009년6월(22.1) 이후 10년10개월 만이다. 지금까지 FSI가 위기단계에 진입한 것은 단 4번.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경제가 크게 위축됐던 1997, 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2009년이다. 

FSI는 우리나라 거시건전성 상황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전체적인 금융 변동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금융불균형 추적에 기인한 시스템적 리스크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다. 주가와 환율 변동성 등 주식·외환·채권시장, 경상수지 등 대외거래 및 대외지급, 성장률 등 실물경제, 소비자동향지수 등 가계·기업의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6개 분야 20개 지표가 활용된다. 

FSI는 0에서 100까지 수치로 표현되는데, 100에 가까울수록 불안정성 정도가 높은 것이다. 크게 3단계로 구분되는데 0~8은 '안정단계', 8보다 크면 '주의단계', 22보다 크면 '위기단계'로 구분한다. 위기단계는 스프레드가 일상적인 수준에서 2~3배 확대돼 자금중개가 불편해지는 상황을 뜻한다. 

4월 이후 FSI는 하락해 주의단계에 다시 진입했으나 지난달 주의단계 임계치(8)를 상당폭 상회(18.0)했다고 한은은 경고했다. 주의단계는 대내외 충격이 영향을 미치지만 심각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G2(미국·중국) 갈등 고조 등 대내외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어 앞으로도 높은 수준의 경계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기업) 비율은 올해 1분기말 기준 201.1%로 전년 동기 대비 12.3%p 크게 증가했다.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 1분기말 1611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부채가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이 늘어났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분기말 163%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말 대비 4.5%p 확대된 수치다. 이는 실제 가계가 쓸 수 있는 소득보다 빚이 더 많이 늘었다는 의미다. 

기업 재무 건전성도 나빠졌다.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말 78.5%로 1년 전(75.3%)보다 상승 전환 했다.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지난해말 4.3배로 2018년말(4.4배)에서 반토막났다. 이자보상배율은 당기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돈을 벌어 이자를 얼마나 잘 갚을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주식시장에서 주가수익비율(PER)은 5월말 현재 11.38배로 장기평균(2001년 이후, 9.30배)을 상회하고 있으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0배로 장기평균(1.08배)을 하회하고 있다. PER와 PBR는 대표적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지표로, 이 수치가 낮으면 그만큼 시장에서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국내 주식시장의 PER 및 PBR은 선진국 및 주요 신흥시장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다만 코로나19 2차 대유행 같은 위기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서도 국내 금융기관들이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복원력을 보였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한은이 통합 스트레스테스트 모형(SAMP)를 활용해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결과 각 금융업권의 자본비율은 모두 떨어졌다. 다만 이 경우에도 모든 업권이 규제비율은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성장률이 극단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금융기관 복원력을 추정한 결과 전반적인 금융시스템 복원력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대내외 리스크 요인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해 리스크 파급경로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신용경색 심화시 최종 대부자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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