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차세대, '암초' 만났다
증권사 차세대, '암초'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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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난-M&A설…가동 날짜 계속 연기
'시스템 품질 저하'→'고객피해'로 이어져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증권사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이 인력난과 M&A설이란 암초를 만나 주춤거리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차세대 일정만 지연시키고 있다. 이들 증권사들은 프로젝트 초기, 내년 1월 자본시장통합법 발효 이전까지 차세대 시스템을 가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인력없다’ 아우성
IT인력의 부족은 여러 차례 그 징조를 보였지만 결국, 현실이 된 채 증권사들을 짓누르고 있다. 가장 부족한 인력은 자바 개발자다. 증권사의 이번 차세대 구축은 계정계 뿐만이 아닌 정보계까지 포괄하고 있다. 속도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정보계에서는 자바 기반의 시스템 구축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C개발자는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데 반해, 자바 개발자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이전 시스템이 대부분 코볼 혹은 C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미처 자바 개발자를 키우지 못한 탓이 크다. 시장에서는 이미 자바 개발자의 몸값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

더욱이 자바 개발자라 하더라도 증권IT 경험을 지닌 이가 극소수다. 이전 차세대가 은행권에 집중되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증권사의 차세대 시스템 관계자들은 증권이 은행, 보험과 시스템 구축 방식이 판이하게 다름을 강조한다. IT인력을 고용할 때도 이러한 경험 유무는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기준이다. 하지만 시장에 쓸만한 증권IT 인력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난무하는 M&A설
굿모닝 신한증권은 차세대 시스템의 세부적인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 짓고, 실질적인 구축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갑작스럽게 차세대 사업이 지연됐다. 굿모닝 신한증권 관계자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에서 사업진행의 유보를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굿모닝 신한증권이 타 증권사를 M&A하기 위해 차세대를 유보한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진행 중인 우리투자증권 또한 M&A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현대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SK증권, 한양증권, 유화증권, 신흥증권 등이 끊임없이 M&A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해당 증권사들은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각 사별로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시스템 진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내년 1월 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두고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양날의 칼’
최근 증권사들의 차세대에는 유닉스 서버에 프레임워크 기반, 자바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기술의 진화란 측면에서 반가운 현상이지만, 해당 증권사에게는 시스템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는 위험성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이른바 ‘양날의 칼’에 해당된다.

이러한 위험성을 없애고 시스템을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양질의 인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의 IT인력 부족은 그대로 시스템 품질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프레임워크 도입을 통해 개발의 표준화가 상당부분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작업들은 단순 개발에 한정되는 얘기다. 창의성이 요구되는 작업에서는 개발자의 경험이 가장 중시될 수밖에 없다.

M&A설에 대한 부작용도 감지된다.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 중인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계속해서 제기되는 M&A 소문에 IT인력들이 점차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차세대 시스템 구축 보다는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더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 사별로 따로 차세대를 진행하다가 통합 이후 같은 작업을 반복하기 보다는 우선 M&A를 성사시킨 후에 한번에 차세대를 진행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지지부진한 차세대는 곧 시스템의 품질저하로 이어진다. 이는 고스란히 고객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차세대를 진행 중인 증권사들의 고심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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