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조세 국제화'에 재계 '촉각'···"디지털세, 全업종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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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디지털세 합의안, 우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만 적용
대상 확대시 현대차·LG전자 등 국내 기업 다수 포함될 수도
'최저한세율' 촉각···홍콩 등 해외법인發 '과세 폭탄' 가능성
기업들이 모여 있는 서울시내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 DB)
기업들이 모여 있는 서울시내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글로벌 대기업들에 대해 매출이 발생하는 국가에 법인세를 더 내도록 하는 이른바 '디지털세' 도입 방안이 마련되면서 경제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기구인 한국경제연구원은 논평을 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진하는 디지털세에 대해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OECD가 발표한 디지털세 합의 추진안이 초래할 부작용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포괄적이행체계(IF)는 이달 1일 온라인으로 열린 영상총회에서 디지털세(필라1)와 글로벌 최저한세(필라2) 도입 방안에 대해 139개국 중 130개국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OECD의 이번 합의안의 골자는 △글로벌 대기업에 대해 고정된 사업장 유무와 관계 없이 매출(이익)을 낸 국가에 법인세 일부를 물게 한다는 것 △아일랜드 등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해 온 국가에 사업장을 냈다고 하더라도 최저한세율 15%를 부과하도록 하는 것 등이다. 이는 글로벌 다국적 대기업들이 실제로 서비스를 공급하고 이윤을 창출하는 국가에도 세금을 내도록 과세권을 배분하겠다는 취지로, 그간 적용해 온 '조세권은 주권국가에 귀속돼 있다'는 국제조세 원칙상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낮은 법인세율로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 온 아일랜드 등 9개국은 아직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미국, 일본, 유럽, 한국 등 주요국이 대부분 합의했다는 점에서, 2023년 도입 가능성이 크다.

추 실장은 "시장소재지국 과세권한 강화는 당초 디지털서비스 기업의 조세회피 방지 목적을 위해 논의가 시작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의 추진안은 사실상 모든 업종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조세회피 행위와 무관한 정상적인 기업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 실장은 “글로벌 최저한세 역시, 국가 간 건전한 조세경쟁을 제한하는 것으로 기업의 자유로운 투자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따라서 조세회피행위 방지를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써 제한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매출액 200억 달러 이상 전 업종에 디지털세가 부과될 경우, 연간 국내 법인세수의 8.5%인 4조7000억원이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디지털세 부과 업종이 디지털서비스 업종으로만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에서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디지털 과세 업종은 채굴업, 금융업을 제외한 전 업종이 포함된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한국경제가 정보통신 수출 비중이 높고, 주력 산업인 반도체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이 더 크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 순세수의 감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IT기업 쪽에서 시작된 건데 이게 제조업 쪽으로 넘어오면서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포함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재계 및 기획재정부는 세금 납부 국가만 달라질 뿐, 기업들이 낼 세금 액수 자체가 느는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국내 법인세율이 최고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 9위 수준인 데다, 대기업에 대한 실제 세율도 20% 안팎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번 OECD 합의안인 최저한세율 15%를 이미 훌쩍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콩, 싱가포르 등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해외사업장을 둔 기업들의 세부담이 앞으로 급증할 우려는 있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우선은 삼전·SK하이닉스만···적용 확대시, 현대차 등 국내기업 상당수 '영향권'

이번 합의안이 확정되면 2023년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한국 정부에 내는 세금은 소폭 줄고 외국 정부에 내는 세금은 조금 늘어날 전망이다. 디지털세(필라1)의 적용 대상 기준을 연간 기준 연결매출액 200억유로(27조원) 및 이익률 10%인 기업들로 정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 가운데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에 해당하고, 두 회사를 포함 이외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다국적 기업 100여 곳이 필라1 적용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36조807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정부에 11조1000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지만, 이를 이번 합의안을 적용할 경우, 법인세 중 4000억원은 한국 정부 대신 해외 정부에 내게 된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매출 중 한국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세금 대부분(73%)을 본사 소재지인 한국 정부에 납부해 왔지만, 2023년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국내에 내던 세금 중 일부를 매출이 발생한 해외로 나눠줘야 되는 것이다.  

이번 합의안을 토대로 삼성전자가 앞으로 내게될 법인세 배분을 세부적으로 계산(지난해 매출 236조8070억원, 영업이익 35조9939원을 예로 적용해 산출)해 보면, 일단 통상이익(이익률을 매출의 10%로 임의적용해 간주한 이익)은 23조6807억이 된다.

지난해 영업이익에서 통상이익을 뺀 초과이익은 12조3132억원이다. 배분율(초과이익 대비 시장소재국들의 갖는 과세권 비율)이 20%로 정해질 경우, 초과이익의 80%인 9조8505억원과 통상이익 23조6807억원을 합친 33조5312억원에 대해선 기존 방식대로 한국정부에 세금을 부과한다.

나머지 2조4627억원(영업이익-통상이익과 초과이익의 80% 해당분을 합한 금액)은 매출 비중에 따라 세계 각국에 배분된다. 한국 매출 비중이 16%인 점을 고려하면 초과이익 중 3940(2조4626 X 0.16)억원에 대해 국내에서 세금을 내게 되지만, 나머지  2조686억원은 세계 각국 정부에 납부할 몫이 된다. 이같은 디지털세 적용후 삼성전자가 한국 정부 대신 세계 각국 정부에 내야 할 법인세는 4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합의문에서 일단 과세 대상 기업에 대한 매출 기준을 200억유로(27조원)으로 제한했지만, 디지털세 운영 결과를 참고해 2030년 매출 기준을 100억유로(약 13조5000억원)로 확대 검토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아직 17년 정도의 시간이 남긴 했지만, 추세적으로 보면 해외 매출 비중이 큰 현대차, LG전자, LG화학 등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디지털세 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최저한세율 15% '필라2'에도 촉각···홍콩·싱가포르 해외 법인 '과세폭탄' 맞나

이 뿐 아니라, 최저한세율 15%를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필라2 역시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이다.

필라2는 연결매출액이 7억5000만유로(1조1000억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에 대한 최소 15% 이상의 글로벌 최저한세율 도입을 골자로 한다. 기업이 자국에 본사를 두고 세율이 낮은 다른 나라에 자회사를 두어 조세 부담을 회피하는 경우 자국에서 추가로 세금을 걷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최저한세율이 15%고 저세율 국가의 실효세율 부담이 10%라면 미달 세액인 5%만큼을 본사(최종 모회사)가 있는 자국에서 추가로 과세하는 식이다.

바하마·버뮤다·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지역에서의 해외 계열사 설립 논란을 차치하고도, 필라2를 적용할 경우 싱가포르·홍콩·아일랜드·네덜란드 등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법인을 세움으로써 그간 법인세 부담을 줄였던 국내 기업 상당수의 과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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