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초 'LTV 80%'라더니···지역 따라 상한선 '제각각' 왜?
생애 최초 'LTV 80%'라더니···지역 따라 상한선 '제각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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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지방 일부는 LTV 60~75% 적용
모기지 보험 활용해도 한도 증액 한계
금융당국 "대출액 정하는 것 은행 몫"
서울의 한 은행 대출 창구 앞
서울의 한 은행 대출 창구 앞.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 최근 박 모(36)씨는 '생애 처음으로 집을 사는 사람에게 LTV(주택담보대출비율) 80%를 적용해준다'는 기사를 접한 후 은행 영업점을 찾았다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집을 사려는 지역의 LTV 상한 자체가 60%라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는 최대 LTV 80% 적용이 아니냐고 되물었지만, 은행 측은 "지역별로 다르다"는 대답만 내놨다. 박 모씨는 "많은 이자를 감당하더라도 대출 한도가 높을 때 내 집 마련을 하려고 했는데, 지방 사는 사람들은 규제 완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이달부터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인 경우에 지역을 불문하고 80%까지 허용한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LTV 상한선은 지역에 따라 80%에 못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완화와 별개로 은행들이 여전히 자체적으로 정해 놓은 지역별·담보별 LTV 이내로 대출을 취급하고 있어서다. 

LTV 상향을 위해 정부는 '모기지 보험'을 활성화하기로 했지만, 보험에 가입해도 LTV 상한선이 낮은 지역의 차주는 별 효과를 볼 수 없다. 이래저래 대출 완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주담대를 취급할 때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의 경우에도 지역·담보에 따라 다르게 둔 LTV 상한 이내로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경우 이달 1일부터 LTV 규제 80% 완화가 시행됐음에도 수도권이나 지방 일부 지역은 제각기 대출 한도 상한선이 다른 것이다.

앞서 당국은 이달부터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해서 주택 소재지역‧주택가격과 관계없이 LTV를 최대 80%까지 허용했다. 이전에는 집값의 40~70%만 대출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내 집 마련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LTV가 지역에 따라 제각각인 것은 은행이 당국이 정한 상한선과 내부 기준을 비교해 더 낮은 것을 기준으로 대출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 이후 당국이 정한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의 LTV는 지역 불문 80%지만, 은행이 담보회수율이 낮다고 판단해 LTV를 낮게 산출한다면 이 기준을 따라야 한다. 

그동안 LTV 50%가 적용됐던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라면 자격 조건만 갖춘다면 LTV 80%가 적용되는 것과 달리 지방 일부 지역은 대출 한도가 늘어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A은행은 현재 전라북도 고창군 60%, 충청북도 괴산·보은군은 70%, 인천 옹진군과 강원도 동해·삼척시는 75%의 LTV 상한선을 두고 있다.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여도 이 범위 내에서 대출액이 정해지게 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당국이 정한 LTV 이내로 대출을 취급해야 하지만, 은행이 판단하는 담보회수율이 당국 기준보다 낮은 경우엔 담보회수율 이내에서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방 일부 지역은 담보회수율이 낮다는 점에서 대출한도도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

당국도 이를 인지, 보완책으로 '모기지 보험 활성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모기지 보험은 차주의 주담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대출기관의 손실을 보상하는 보험상품으로, 현재 서울보증보험(SGI)에서 취급하고 있다.

차주가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소액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대출 한도에서 방 개수에 따라 일정 금액을 빼는데, 은행이 모기지 보험을 가입하면 원래 한도만큼 대출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당국은 원활한 LTV 80% 대출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문제는 모기지 보험을 활용해도 LTV 상한선이 낮은 지역 차주들은 대출가능금액이 크게 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령 서울에 7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차주는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반면, LTV 상한선이 60%로 제한된 곳의 차주는 모기지 보험에 가입해도 최대 4억5000만원까지만 돈을 빌릴 수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모기지 보험을 이용해도 대출액이 은행 규정상 최대 담보인정비율 이상을 넘어설 수는 없다"면서 "소액 보증을 다 껴서 들어가도 80%까지 받기 어렵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선 LTV 완화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면서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뜩이나 자격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DSR(총부채상환비율) 규제에 막혀 대출이 어려운 상황인 터라 수요자들의 불만은 더욱 크다. 일각에선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까지 제기될 정도다.

이와 관련 당국 관계자는 "상한이 LTV 80%일 뿐, 모기지 보험을 활용하더라도 대출이 80%까지 안 나올 수 있다"며 "담보 위치나 미래 전망을 보고 대출액을 정하는 것, 그리고 모기지 보험을 활용하는 것 역시 은행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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