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니즈 월’ 뭐길래!…"허물자-말자" 논란
‘차이니즈 월’ 뭐길래!…"허물자-말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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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상조" VS "자통법 취지 배치"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증권사들이 금융감독당국의 '차이니즈 월' 강화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차이니즈 월’을 강화할 경우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해 업종간 장벽을 허물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감독당국이 나서기 보다는 증권사 재량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차이니즈 월’이란 정보교류 차단장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증권사가 고객사를 대상으로 펀드를 팔면, 팔린 펀드에 대한 포트폴리오 구성 등 투자계획은 자산운용사가 담당하게 된다. 이 경우 미공개 정보수집 능력이 뛰어난 증권사가 주식공개 등의 정보를 취득해, 이를 자산운용사에게 전달, 상품 포트폴리오를 변경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 증권사가 자사의 이익에 함몰돼 고객과 체결한 투자 계획을 어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막기 위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간 정보교류를 금지시키는 시스템이 바로 ‘차이니즈 월’이다.

IT측면에서 살펴보면, ‘차이니즈 월’을 구축할 경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서버를 따로 두고, 각 임원 간 이메일 발송을 제한하는 보안시스템이 가동된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시행령에 따르면, 기업금융업무의 범위가 불분명하고 고유재산운영업무 또한 명시적 언급 수준에 그치고 있어 IT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논쟁의 발단은 지난달 22일 발표한 자통법 시행령(안)의 ‘금융투자업자와 투자자간 이해상충을 막기 위한 정보교류차단장치 설치 강제 내용’에서 비롯됐다. 이 내용에는 정보교류뿐만 아니라 임직원 겸직, 사무공간 및 전산설비 공동이용의 제한 등이 포함돼 있다. 즉, 겸업은 허용하지만, 겸영은 금지시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차이니즈 월’을 강화시킬 경우 자통법의 본래 취지인 IB 출범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은 신규 증권사에게만 유리한 법안”이라며 “차이니즈 월이 강화되면 각 금융기관별 업무가 잘게 쪼개지면서 대형 IB가 나올 길은 요원해진다”고 말했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종금사, 선물회사, 신탁회사 등을 통합해, IB를 설립해도 정보 교류가 차단된 상태에서는 통합 시너지를 전혀 기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차이니즈 월’ 도입을 추진하는 주체가 잘못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형증권사의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차이니즈 월’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며 “‘차이니즈 월’의 도입은 증권사가 알아서 해야지 감독당국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국내증권사의 지배구조 안에서 정보차단벽을 허무는 것은 무리란 주장도 제기된다. 기업금융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등 증권사의 자정의지를 순순히 믿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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