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태 '양심선언', 반박·재반박 '진실게임'?
김이태 '양심선언', 반박·재반박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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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태, "'문제'없는데 '문제'있다는 사람들이 '문제'" 발언후 잠적 
국토부·건기연·연구팀장-동료 연구원, "사실 무근" vs "같은 생각"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moon@seoulfn.com> 김이태 연구원의 한반도 대운하 관련 '양심선언'이 '진실게임'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기연)측은 김 연구원의 주장을 '사실무근' 이라고 반박하고 나섰고, 당사자인 김 연구원은 연락두절 상태다.

이런 가운데, 김 연구원이 소속된 건기연의 당당 프로젝트 팀장이라는 인물이 김 연구원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고, 김 연구원의 동료라는 이는 옹호입장을 나타냈다. 시차상 애매하지만, '반박에 재반박'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에, '진실가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당사자인 김 연구원은 자신의 글(포털 다음 '아고라')이 문제가 된 24일부터 외부와의 연락을 두절한 상태. 많은 언론매체가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연결이 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BS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4대 江은 '문제'가 없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고 하니, 그 사람들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요지의 말을 남긴 후다.

김 연구원의 '양심선언' 중 쟁점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먼저, 큰 맥락에서 "한반도 물길 잇기 및 4대강 정비계획 실체는 운하계획"이라는 주장의 타당성여부다. 그리고, '대운하 반대'에 대한 '반대논리'(대운하 찬성논리)를 개발해 내라고 압박했는가 하는 점과 이른바 '보안각서'와 '밀실추진' 여부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보안각서'의 성격 규정을 제외하고는 사안의 성격상 '진실'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개개인의 시각이나 생각, 관점 등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단 국토해양부와 건설기술연구원은 김 연구원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모두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 다만, 사실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대목을 염두엔 둔 듯 '개인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이같은 정부의 대응은 어느정도 예견됐던 대목이다. 일반인들로서는 진실을 가리는 데 큰 도움이 안될 것으로 보인다. '용기'가 필요한 김 연구원의 '양심선언'을 결코 가벼이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 연구원이 소속된 연구팀의 팀장은 반박을, 그리고 김 연구원의 동료는 김 연구원을 옹호하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김 연구원이 소속된 연구팀의 팀장이라고 자신을 밝힌 익명의 ID 'hydroyoon56'이 24일 오후 미디어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려, 김 연구원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김이태님의 '대운하 참여하는 연구원입니다' 글을 보고 건설기술연구원의 담당연구팀장으로서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글을 남긴다"라며 김 연구원이 주장한 (1) '보안각서의 의미', (2) '반대 논리에 정답을 내놓으라고 요구받았다'는 주장, (3) '관련사업이 근거가 빈약하고 밀실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우선 보안각서와 관련, "보안각서는 국가에서 발주하는 모든 용역사업에 대해서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되어 있다"며 "보안각서는 통상 발주처가 연구종료 이전단계에서 연구내용의 외부공개로 인한 사회적 혼란방지 등을 위해 요구된다. 따라서 본 사업만을 위한 보안각서를 제출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용역 절차"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국토해양부로부터 매일같이 반대 논리에 정답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김 연구원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는 위와 같은 요구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이태님이 담당했던 분야는 수질 분야로 타 분야에 비해 국민적 관심이 컸고, 과학기술적 자료에 입각하여 판단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정책적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이 점 연구팀장으로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미묘한 심경도 함께 피력했다.

그는 김 연구원의 '관련사업이 근거가 빈약하고 밀실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미 정부출연 5개 연구기관이 공식적으로 공동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고, 운하지원팀도 정부 조직 내에 공식적으로 존재하여 공개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나는 연구팀장의 입장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의 이해를 돕고자 이글을 썼다"며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연구팀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글의 내용은 국토해양부나 건기연의 공식입장과 거의 일치한다. 내용뿐아니라 논리성면에서도 그렇다. 때문에, 오히려 주목받는 것은 그 주체가 김 연구원이 소속된 연구팀의 팀장이라는 점과 글을 올린 방식이다. 김 연구원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봐온 팀장이 피력한 의견이라는 점에서, 국토부나 건기연의 공식 반박보다는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장'이라면서 실명대신 익명의 ID를 사용한 점은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동료로서보다는 건기연이라는 기관의 책임자로서의 '책임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받아들여 지기 때문이다. 특히, 김 연구원이 양심선언을 한 바로 그곳(다음 '아고라')를 의견개진의 장소로 활용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개인차원의 심경 표현'이라기 보다는 '조직(건기연)차원의 홍보'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때문에, 그 의미가 어쩔 수없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김 연구원의 동료라는 사람이 등장해 김 연구원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24일 밤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서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그는 김 연구원 주장에 동료 연구원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개개인의 생각은 모르지만 제 생각에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고 밝혔다.(물론, MBC는 이 동료연구원의 신분 노출을 우려해 그의 목소리를 변조처리했다.)

동료 연구원의 이같은 주장은 "김이태 연구원의 주장은 개인생각일뿐"이라고 반박한 국토해양부나 건기연 팀장의 주장과는 분명 배치된다. 양심선언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에 가까운 또 다른 주장의 등장. 상식적 분별력만으로 사실관계나 진실을 가리기 어려운 국면이 전게되고 있는 셈이다.

만약 김이태 연구원이 재반박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이 문제는 '진실게임'으로 발전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사안의 성격 등에서 비유가 적절치는 않지만, 진행과정만을 놓고 본다면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다가 사실상 진실가리기가 흐지부지된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건과 유사한 행보를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물론, 재판절차와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김 변호사가 제기한 의혹중 일정부분은 속시원히 풀리지 못했다는 데 다수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선영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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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선 2008-05-25 00:00:00
아직 양측 입장을 직접 대비하기 어려워 진실여부는 두고 봐야겠지요.
기자의 판단과 관련, 한가지만 묻고 싶은데 이 사건과는 직접 관련은 없지만
삼성문제를 끝에 붙였는데 문기자는 김변호사 양심선언이후 삼성사건이
"사실상 흐지부지" 됐다고 진정으로 판단하는지 궁금합니다. 재판에 회부된 사건이
어떤 결과로 판정되는지 지켜봐야 하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