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 지주사, 만능(?) 아니다
은행계 지주사, 만능(?)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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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지주사 '춘추전국시대' 개막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은행들이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지주사 전환 준비작업에 분주하다. 국민은행은 오는 9월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며,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도 늦어도 내년 하반기를 대드라인으로 정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올 연말까지 지주사로 전환될 예정이며, 기업은행 역시 독자생존 가능성이 열릴 경우 지주사 전환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가운데선 매각을 앞둔 외환은행을 제외하곤 모든 은행들이 지주사로의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또 부산은행을 포함한 일부 지방은행들 역시 공동지주사 및 개별지주회사 전환을 놓고 줄다리기를 지속하고 있다.
 
■국민·SC제일·한국씨티·산업+기업銀(?)
국민은행은 오는 7월말까지 조직체계 개편 및 회장-행장 겸임문제를 결론짓고 9월 KB금융지주로 전환할 계획이다. KB금융지주는 KB국민은행, KB부동산신탁, KB창업투자, KB신용정보, KB데이타시스템, KB자산운용, KB선물, KB투자증권 등 8개사를 자회사로 두고, KB생명은 국민은행의 손자회사로 남게 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의 취약한 규모를 감안하면 은행장이 회장과 행장을 겸임할 가능성이 높다"며 "같은 이유로 메트릭스 체제 도입도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도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SC제일은행은 지난해 펀드수탁사인 에이브레인을 인수했으며, 올 초에는 예아름저축은행을 인수했다. 또 최근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증권사 예비인가 허가까지 받았다.
에드워즈 행장은 "제일은행을 인수한 후 3년동안 조직 통합을 이뤘으며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성장 2단계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내년 하반기에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에드워즈 행장은 내년 지주사 전환에 앞서 보험사 인수도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이르면 연내 지주사로 전환할 계획이었으나, 신규 증권사 설립이 좌절되면서 지주사 전환작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번 허가에서 씨티은행이 탈락한 것은 사업계획서의 타당성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증권사 설립 일정이 지연되더라도 지주사 전환은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업계획서 역시 일부 보완한 뒤 금융당국에 재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금융위원회의 민영화 일정에 따라 연내 지주사로 전환될 예정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산업은행의 민영화 방법에 따라 지주사 전환 유무도 결정될 전망이다. 만약 산업은행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산업+기업, 우리+기업 등과 같은 '메가뱅크' 안대로 추진될 경우 지주사 전환이 불가능하지만, 독자생존 가능성이 열리면 지주사 전환작업이 급물살을 타게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업은행 이경준 수석부행장은 기자들과 만나 "기업은행은 현재 기은캐피탈, 기은SG자산운용, 기은신용정보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곧 증권사도 설립할 예정"이라며 "내부적으로 지주사 전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업은행은 독자생존의 최대 걸림돌인 조달환경 개선을 위해 개인고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지방은행들도 가세했다. 부산은행은 향후 매각 가능성이 열려있는 경남은행을 인수하고, 자회사인 부은선물을 선물·증권회사로 출범시켜 지주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반면 대구은행의 경우 지방은행들간 공동지주사 설립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은행이 독자적인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경우 영남권내에서 경쟁하고 있는 대구은행 역시 지주사로의 전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선 우리금융지주가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광주·경남은행이 매각될 경우 지방은행들 역시 단일 은행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은행계 지주사 '빛과 그늘'
그러나 은행들의 이같은 지주사 전환 계획에 대한 우려의 시각 또한 적지 않다. 
금융지주사의 가장 큰 이점은 IB(투자은행), PB 등의 고수익 사업진출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 은행-증권-보험 등의 연계상품 개발과 교차판매를 통한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지주사로 전환한 우리·신한·하나금융지주의 경우, 눈에 띄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ROA(총자산이익률)의 경우, 이들 3개 지주사의 지난해말 평균 1.1%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전체 은행권 평균과 동일한 수준이다.
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은행계 지주회사의 전체자산의 80~90%가 은행의 자산이기 때문에 수익성 면에서도 은행과 유사한 실적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지주사의 경우 시너지를 통해 개별회사들을 합산한 것보다 높은 수치가 나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비은행 부문의 ROA가 은행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되레 '역(逆)시너지'가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 하나금융지주가 기존 계열사 위주의 체제에서 사업단위별 메트릭스 체제로 전환한 것과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 LG카드를 인수하면서 비은행 부문을 강화했던 것 역시 시너지효과를 염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3개 금융지주사의 지난해말 1인당 영업이익은 1억2천만원으로 국내 평균(1억5천만원)보다 17%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나 지주사가 오히려 '범위의 비(非)경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국민은행을 포함한 여타 은행들 역시 이들 지주사와 동일한 문제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수익다각화를 위해 은행들이 강화하고 있는 IB 부문에서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주력회사의 안정성까지 해칠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 연구위원은 "씨티그룹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IB 부문 강화는 리스크 증가로 이어지는 데다 시너지를 달성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IB를 새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은행들로선 리스크 관리 역량을 제고하는 한편 시너지를 위한 구조조정을 실행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IB부문 강화를 위한 성과급 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인재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PB부문 강화를 위해 기존 시스템을 대폭 손질하고, 급격히 성장하는 펀드시장을 겨냥해 사무수탁 기능 또한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의 경쟁력의 열쇠는 '고객 네트워크'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 연구위원은 "국내 시장에서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글로벌금융회사들보다 경쟁 우위에 있는 것은 광대한 국내 고객 네트워크"라며 "국내 지주회사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고객 네트워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사가 자회사간 고객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선 매번 고객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교차판매 및 연계영업에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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