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 및 물걸레 청소 올인원 청소로봇으로 인기몰이
삼성·LG는 '비효율적'이라며 올인원 AI청소로봇 무관심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국내 가전업계가 '월드와이드 톱 브랜드'라는 명성에도 유독 '로봇청소기' 앞에선 힘을 내지 못한다. 로봇청소기는 건조기, 식기세척기와 함께 신혼 필수 가전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11일 한국로봇산업협회의 로봇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개인 서비스용 로봇 생산액은 2020년 3564억원에서 2021년 3679억원으로 3.2% 성장하는데 그쳤다.
로봇산업의 경우 제조업 로봇, 전문 서비스용 로봇, 개인 서비스용 로봇, 로봇 부품 및 소프트웨어로 나뉜다. 이 가운데 2020년 대비 2021년 수출액이 감소한 것은 개인 서비스용 로봇뿐이다. 개인 서비스용 로봇 중 65%가 로봇청소기다.
반면 국내 청소기 시장에서 로봇청소기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지난 2019년 9%에서 지난해 22%로 늘어났다.
중국 로보락은 물걸레질과 진공청소를 한 번에 하는 올인원 로봇청소기 부문에서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진출한 지 약 2년 반 된 로보락의 판매를 총괄하는 팅크웨어는 로보락 관련 매출만 지난해 1000억원에 육박했다. 로보락 외에도 샤오미, 에코백스, 드리미 등 중국 업체들은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출시하지 않고 있는 올인원 로봇청소기로 국내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최근 중국 업체들의 올인원 로봇청소기는 자동 스테이션 충전은 물론 특히 물걸레 청소 이후 스스로 스테이션에서 걸레 빨기와 열풍건조까지 하는 인공지능(AI) 기능까지 가지고 있어 '가정 청소 노동'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인원 로봇청소기가 아직 비효율적이라며 관련 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도 저가 싸구려가 아니라 프리미엄 제품이란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로보락을 사용 중인 한 30대 여성은 "로봇청소기를 사려고 할 때 물걸레 기능이 함께 하길 원했고, 국내 제품보다 기능이 훨씬 많아 이 제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년 계획'에 따라 일찌감치 10대 핵심 산업 중 하나로 로봇을 낙점한 뒤 대대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중국 지방 정부는 로봇 클러스터 입주 기업들에 시설 투자금을 환급하고 매출만큼 보조금을 주기도 한다.
국내도 로봇산업 지원책이 있으나, 주로 로봇을 구매하는 소비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스마트 상점 기술 보급 사업을 통해 로봇을 구매하는 이에게 금액의 70%, 최대 1500만원을 지원한다. 이런 지원책의 문제점은 국내 업체 제품뿐 아니라 모든 나라의 로봇 제품 구매를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미국처럼 중국산 로봇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장벽 또한 없는 상황이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삼성, LG가 가전 1등이라고 하지만,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로봇 사업 분야는 산업용 로봇"이라며 "다만 최근 로봇과 가전의 시너지를 고민하고 있어 조만간 국내 업체들도 AI 로봇청소기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