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 임원, 파리 목숨?"…파행 인사 '반복'
"흥국 임원, 파리 목숨?"…파행 인사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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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쌍용화재 등 고위층 몇 달 새 들락날락
경영 일관-안정성 '역행'…고객신뢰 훼손 우려도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 "흥국금융그룹의 임원 목숨은 파리목숨이다?" 흥국생명과 흥국쌍용화재의 잇딴 '파행 인사'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초 현대카드에서 흥국생명으로 부임했던 김상욱 부사장이 지난 3월 10일자로 부임 4개월 만에 사실상 물러났다. 다음달부터는 비상임직에서도 완전히 물러나게 된다. 흥국쌍용화재 역시 지난해 12월 취임했던 이종문 대표이사가 지난 4월 취임 4개월 만에 돌연 사퇴했다. 흥국생명 유석기 부회장도 2006년 12월 대표이사로 재선임돼 경영에 복귀한 지 1년 4개월여 만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고위층이 불과 몇달 사이에 들락날락하는 인사의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 흥국 측은 단순히 일신상의 이유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금융인은 많지 않아 보인다. 경영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금과옥조'로 삼아야 하는 금융회사 인사 치고는 누가봐도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임원칙도, 퇴진 배경도 모두 석연치 않은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게 흥국뿐 아니라 보험 및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흥국생명과 흥국쌍용화재는 지난해 서브프라임모기지론 관련 투자로 4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봤다. 보험업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흥국쌍용화재의 경우 지난해 735억원의 순손실에 따른 자본잠식 50% 이상으로 지난 5월 거래정지 상태에 처하기도 했다. 이에 따른 경영 쇄신과 새로운 브랜드경영 추진 등의 차원에서 이뤄진 인사로 풀이된다.

기업의 인사가 기본적으로 이사회 등 경영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긴 하지만 비정상적인 인사가 연이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흥국생명과 흥국쌍용화재의 최대주주는 각각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56.71%)과 태광산업(59.75%)이다. 때문에 태광그룹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하지만 동네 구멍가게 운영하듯 하는 '입맛대로 경영'으로는 고객의 신뢰 이전에 조직원들의 믿음을 얻기도 쉽지 않다. 이같은 인사에 대해 흥국금융그룹 내에서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태광그룹의 이같은 파행인사와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워낙 지분구조가 복잡해 순환출자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 특히 금융계열사를 통한 불법 자금 지원 사례도 있었다. 2004년 흥국생명은 대주주인 이호진 회장에게 125억원의 불법 대출을 해준 혐의로 기관경고를 받고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다. 
또한 얼마 전 부임한 흥국생명 진헌진 사장도 태광그룹 비금융사 출신이다. 태광관광개발에서 근무했던 진 사장이 성격이 전혀 다른 생명보험사를 얼마나 잘 이끌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흥국쌍용화재의 경우 상장기업이기 때문에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가 중요함에도 이같은 파행적 인사는 소액주주 및 고객입장에서도 염려가 앞설 수밖에 없다. 물론, 경영진의 경영능력이 부족하다면 교체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기준이 조삼모사식의 석연찮은 인사가 잇달아 반복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퇴임자 후임으로 임명된 경영진들 역시 선임자와 같은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도 없다. 선장이 불안한 배는 올바른 항해를 하기 어렵고, 선원들은 물론 승객들 역시 불안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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