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투자전략] 역대급 엔저에 '엔테크' 뜬다는데···지금 투자 괜찮나
[하반기 투자전략] 역대급 엔저에 '엔테크' 뜬다는데···지금 투자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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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당 897엔, 8년만에 최저치····엔화 예금 급증
엔화예금 특화 상품 출시····엔화 연계 ETF도 인기
"최저점에 안전자산" VS "당장 들어가기 부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휴가자금으로 모아둔 300만원을 엔화 예금통장으로 넣었다. 지난해 달러 강세 흐름을 보며 환테크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최근 엔화가 100엔당 800원대로 떨어진 것을 보고 환전한 것이다. A씨는 여윳돈이 생긴다면 추후에도 환전할 예정이며, 일부는 일본 여행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최근 엔화 가치가 8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며 엔화를 사 모으는 개인투자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추후 엔화 가치가 오를 때 발생할 환차익을 노린 엔테크(엔화+재테크) 수요가 몰린 것이다.

◇100엔당 897엔, 8년만에 최저···엔테크 수요 급증

한국은행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5월 중 거주자 외화 예금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엔화 예금은 62억5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17.5%(9억3000만달러)나 급증했다. 이는 2017년 10월 9억7000만달러 증가한 후 6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 같은 엔화예금 증가세는 급격히 낮아진 엔화가치 때문이다. 지난 4월 초 1000원대를 유지했던 원·엔 환율(100엔당)은 지난 19일 장중 897.49원을 기록, 2015년 6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현재에도 900~910원선에서 등락하고 있으며, 이를 저점으로 본 투자자들이 환테크를 위해 엔화를 사 모은 것으로 보인다.

환테크란 환율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을 얻는 투자방식을 뜻한다. 이를 테면 엔화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방식이다. 지난 2021~2022년 달러 상승기에 달러를 통한 환테크가 주목받은 바 있다.

실제 최근 5년간(2018~2022년) 평균 엔·원 환율이 1039.43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엔화 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현재 900원 극초반에서, 장기평균치인 1000원선까지만 올라도 10%대 수익이 나는 셈이다.

신정섭 신한PWM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최근 엔화 투자에 대한 문의가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엔화 환율이 많이 내려가다 보니까 여행 등의 수요가 있다면 사는 것을 말릴 이유는 없다. 10명 중 9명 정도는 엔화환율이 좋으니 구입하란 시각"이라고 말했다.

◇엔테크 초보자는 접근성 좋은 외화예금과 ETF로

가장 접근성이 좋은 엔테크 방법은 시중은행의 외화예금이다. 엔화를 계좌에 예치해두고, 향후 엔화 가치가 오르면 원화로 환전해 환차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특히 외화예금의 경우 5000만원 한도로 예금자보호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환차익에 대한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등의 장점이 있다. 다만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은행별 1.75% 내외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단점이 있다. 15.2%의 이자소득세도 지불해야 한다.

은행들 역시 외환상품이나 환전 서비스를 내놓으며 엔테크 수요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달 KB국민은행은 환율 변동에 따른 실시간 수익률을 보여주는 '바로보는 외화통장'을 출시했다. 우리은행 역시 같은 달 환차익뿐만 아니라 이자까지 기대할 수 있는 '우리 원(WON) 외화정기예금 특판'을 출시했다.

또 다른 엔테크 방법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이용하는 것이다. ETF란 특정 지수의 변동에 따라 가격이 함께 바뀌는 상품으로, 환전 수수료가 없다는 점이 강점이다. 다만 매매차익에 대해 15.4%의 세금과, 연 0.25%의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엔화 연계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엔선물 ETF'가 유일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 'TIGER 일본엔선물 ETF'의 순자산(종가 609억원)은 600억원을 돌파했다. 이달에만 개인 순매수가 415억원이 몰리는 등 엔테크 수혜를 제대로 입었다는 평이다.

◇"최저점에 안전자산" vs "당장 들어가기 부담"

엔화 가치가 8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엔테크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엔화 가치가 최저점이라는 인식이 확대된데다 '안전자산'이라는 생각까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 부센터장은 "현재 엔화는 역대 평균치 등과 비교해도 굉장히 저렴한 수준이다. 905원에서 사서 990원에 판다고 해도 괜찮다고 본다"며 "특히 환차익은 비과세가 적용된다는 면에서 투자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안비호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도 "고액 자산가분들 같은 경우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고려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데, 외환에 대한 매매차익은 따로 과세가 되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수익률 수준에서는 꽤나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엔테크 쏠림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본정부가 통화완화기조가 언제 바뀔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도 있는 만큼 투자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방법 측면에서 환테크는 수익률이 높은 방법은 아니다. 언제쯤 올라갈지 예상하기 어렵고, 관련 불확실성도 크다"며 "다만 엔화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여지는 적다. 소액으로 투자하거나 해외여행 등을 위한 환전을 겸한다면 나쁘진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장기평균 수준을 크게 일탈한 만큼, 장기적으로 기대되는 수익이 기대되는 부분은 있다"며 "다만 일본 경제지표 등을 볼 때 통화완화가 일정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 떨어질 여지도 있는 만큼 당장 들어가기 불편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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