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車업계, EU규제 앞서 탈탄소 철강 확보 비상···현대차·기아는?
세계車업계, EU규제 앞서 탈탄소 철강 확보 비상···현대차·기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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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벤츠·BMW 등 2026년 EU 탄소국경제 앞서 저탄소 확보 비상
현대차와 기아 아직 뚜렷한 탈탄소 철강 공급망 구축 계획 없어
EU 탄소국경제 외에 자동차전과정 탄소평가(LCA)도 의무화할 예정
볼보의 중국 루차오 공장 내부 모습. (사진=볼보)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볼보,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세계 주요 다국적 자동차 제조사들이 저탄소 철강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철강 원재료와 생산방식에 따라 탄소배출 기준값을 부여하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예고에 따른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오는 10월부터 시범 기간에 돌입하는 CBAM은 2026년 이후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철강은 전 세계 탄소배출의 7~9%를 차지, 산업 부문 탄소배출 1위 업종으로 꼽힌다. 차체 제작을 이유로 많은 양의 철강을 사용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저탄소 철강 확보를 통해 2026년 이전까지 EU의 CBAM 기준 값을 충족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초과 탄소 값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당장 철강 산업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도 '탄소중립'이 발등에 불인 셈이다.

해외 유력 자동차 기업들이 앞다퉈 저탄소 철강 확보에 나서고 있는 데 비해 국내 현대차와 기아는 아직 뚜렷한 저탄소 또는 탈탄소 철강 수급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어, 자칫 다른 경쟁사에 비해 탈탄소 규제에 제 때 대응하지 못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볼보는 CBAM 기준값 충족을 위해 지난해 5월 업계 최초로 '스틸 제로 이니셔티브'에 가입했다. 스틸 제로 이니셔티브는 'RE(Renewable Energy)100 이니셔티브'를 운영하는 국제 비영리 단체 더클라이미트 그룹이 리스펀시블스틸과 함께 만든 것으로, 2030년까지 세계 철강 수요의 50%를 저탄소 철강, 2050년까지 100% 탄소중립 철강으로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볼보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 이를 구체화하고자 올 초 스웨덴 철강 업체 사브와 화석 연료 없이 철강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양사는 제강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기존 화석 연료에서 전기·수소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짐 로완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2026년까지 친환경 에너지로 생산한 철강을 차체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벤츠는 사브뿐 아니라 아르베디, H2그린스틸 등으로부터 조달한 저탄소 철강을 사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계획을 세웠다.

사브는 독일 진델핑겐에 있는 벤츠 공장에 100% 수소에너지로 만든 철강을 공급 중이다. 이 철강은 최근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MMA에 적용됐다. 이탈리아 철강 업체 아르베디는 생산 과정에서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 저탄소 철강을 북미 등 세계 각지에 있는 벤츠 공장으로 납품하고 있다.

저탄소 철강을 적용한 벤츠 차체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저탄소 철강을 적용한 메르세데스-벤츠 차체 모습.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저탄소 철강을 적용한 BMW 차체 모습. (사진=BMW) 

벤츠는 저탄소 철강을 보다 원활히 확보하기 위해 재작년 스웨덴의 철강 스타트업 H2그린스틸 지분을 인수했다. H2그린스틸은 2025년부터 전기·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저탄소 철강 생산에 돌입하고, 2030년까지 연 500만톤에 달하는 저탄소 철강을 벤츠에 공급할 계획이다.

BMW는 지난해 말 유럽은 물론 북미, 중국 지역 철강 업체와 저탄소 철강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요아힘 포스트 BMW 구매 및 공급담당 이사는 "전기차 생산 시 발생하는 탄소의 20%는 철강에서 발생한다"며 "탄소배출을 지속적으로 줄여 공급망 탈탄소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BMW는 독일 철강 업체 잘츠기터와 유럽 내 공장에 저탄소 철강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BMW는 2026년부터 유럽 공장에서 잘츠기터의 저탄소 철강을 사용할 예정이다. 북미에선 미국 철강 업체 스틸 다이나믹스와 US스틸 자회사 빅리버스틸과 계약을 체결하고 전기로 생산한 철강을 납품받기로 했다. 두 업체가 공급한 철강은 미국 스파르탄버그 공장과 멕시코 산 루이스 포토시 공장에서 차체를 만드는 데 쓰일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현지 철강 업체 HBIS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 수소로 철강을 만드는 HBIS는 올해부터 심양 공장에 저탄소 철강을 공급하고 있다. 

BMW는 저탄소 철강 조달과 함께 벤처캐피탈펀드인 BMW i 벤처스가 미국 철강 스타트업 보스턴 메탈의 지분을 인수토록 해, 무탄소 철강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보스턴 메탈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탄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철강을 생산할 계획이다. 

해외 자동차 기업들이 앞다퉈 저탄소 또는 탈탄소 철강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데 비해 국내 현대자동차는 아직 저탄소 철강 공급망 구축에 대한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기아가 지난해 초 2030년부터 저탄소 철강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 전부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의 탄소중립 행보는 경쟁사 대비 매우 수동적"이라며 "EU가 CBAM뿐 아니라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자동차전과정평가(LCA) 의무화도 예고한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U가 의무화를 예고한 LCA는 자동차 생산부터 폐차까지 전 과정에서 걸쳐 차 한 대가 발생하는 탄소 전부를 측정해 평가하는 것이다. 기존 내연기관차의 연료탱크부터 타이어를 비롯해 차체 원료 및 가공, 제조, 수송, 유통, 사용과 재활용,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소모·배출되는 오염 물질 등 차 생애 주기 전부에 걸친 탄소를 평가한다. 평가 방법 및 법제화 같은 후속 정책은 이르면 2025년 마련할 계획이며, 그 이후부터 판매되는 모든 신규 차량에 LCA를 강제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기후 변화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탄소배출 저감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면서 "최근 도장공정 저탄소 도료기술을 개발하는 등 생산 과정 및 에너지 효율 개선, 친환경 연료 생산, 여가 에너지 저장 등 자원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며 전 사업장에서 내뿜는 탄소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 울산공장의 아이오닉5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조립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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