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잘못으로 손해봐도 배상금은 청구액 절반 수준
공인중개사 잘못으로 손해봐도 배상금은 청구액 절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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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동에 공인중개사무소가 밀집돼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자료)
서울 양천구 목동에 공인중개사무소가 밀집돼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부동산 중개 사고를 당한 계약 당사자가 공인중개사의 잘못으로 금전적 손해를 보고 보상금을 청구했을 때 실제로 지급받는 금액은 청구액의 절반가량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부동산 중개 사고에 따른 공제금 지급액은 80억7000만원(187건)이다. 

이와 관련한 공제금 청구 금액은 144억3700만원(187건)으로, 지급률이 55.9%다. 공인중개사 잘못으로 손해를 봤다며 1000만원을 청구하면 평균 56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피해 계약자는 통상 공제금을 청구하기 전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중개사에게 귀책이 있더라도 법원은 계약자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을 묻기 때문에 청구 금액을 100% 돌려받기는 어렵다. 임차인이 1억원 손해를 봤고 손해배상 청구 결과 중개인 과실이 50%라고 판결받았다면 임차인이 받을 수 있는 배상금은 5000만원이 된다.

이런 지급률은 그나마도 높아진 것이다. 2020년 공제금 지급액은 96억7000만원으로 지급률 37.0% 수준이었고, 2021년 51.2%(96억원), 지난해 51.9%(99억9800만원)였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법원이 갈수록 중개사에게 과실 책임을 엄격하게 묻고, 과실 비율도 높게 잡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공제 지급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피해 계약자가 공제금을 받기 위해 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내는 공제 소송은 갈수록 늘고 있다. 올해 1∼9월 공제 소송은 591건, 중개 의뢰인의 청구 금액은 479억원이다. 

전세사기, 역전세 등 여파로 이미 지난 한 해 공제 소송 건수(488건·청구액 375억원)를 넘어섰고, 이대로라면 연간 청구 금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부동산에서 매매나 임대차 계약 시 계약서와 함께 '부동산공제증서' 복사본을 수령한다. 공인중개사 잘못으로 금전적 손해를 볼 경우 중개사 대신 피해 금액 보상을 보증한다는 증서다. 일반적으로 공제증서에는 2억원이 찍혀있다.

2억원이 적힌 공제증서를 보고 '문제가 생겨도 2억원까지는 보상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계약자가 많지만, 증서의 2억원은 계약 1건당 보증 금액이 아니라 한 공인중개업소가 1년간 보상해 줄 수 있는 손해배상금 총액을 뜻한다.

중개 사고를 당한 계약자가 많을수록 1인당 보상액은 줄어든다. 앞서 발생한 중개 사고로 2억원 한도가 소진됐다면 공제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강서구 화곡동, 인천 미추홀구 등 한 지역에서만 전세사기 피해자가 수백명에 이르는 경우엔 중개업소에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 자체가 실익이 없는 셈이다. 소송을 통해 배상 범위가 확정되기 때문에 소액 임차인들은 승소하더라도 배상액보다 변호사 비용이 더 들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부동산 공제증서가 보증하는 한도 금액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토교통부도 공제 금액을 2억원에서 추가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공인중개사협회는 계약 건별, 또는 거래 가액별로 공제상품에 가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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