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세부 지원 내용·규모 발표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이자장사 비판을 받아온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금리를 직접 낮춰주는 방안을 마련한다. 은행권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갑질' 비판 이후 보다 실효성 있는 '상생금융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금융당국 요구에 업계가 '이자 절감'으로 응답한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국내 금융지주 회장단과 간담회를 열고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금리부담의 일정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 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등 5대 금융지주 회장과 3대 지방금융지주 회장들이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달 윤 대통령의 비판 이후 은행권에 대한 고통분담, 사회공헌 요구가 커지면서 마련됐다. 앞서 신한금융과 하나은행이 각각 1000억원 규모의 상생안을 선제적으로 발표했으나, 당국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고통을 덜어주기에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간담회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상생금융안이 마련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이날 김 위원장은 "단기간 급격히 늘어난 이자부담 등으로 우리경제를 바닥에서부터 떠받쳐온 동네·골목상권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융권, 특히 은행권은 역대급 이익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금융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또 "금융지주사들이 나름대로 ESG 경영을 내걸고 사회공헌 노력을 추진해왔지만 금융업계에 대한 이런 저런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국회에서도 속칭 '횡재세'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며 "금융당국으로서는 수많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 유연하고 정교하게 대응해야 하는 금융산업에 대해 국회 입법 형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우리 업계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있는 문제"라며 "현재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업계 스스로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중지를 모아달라"고 했다.
이 금감원장도 "최근 국회에서 횡재세 입법 논의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우리 금융권이 양호한 건전성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업계 스스로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해달라"며 "특히 지원방안이 부작용 없이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8대 금융지주사와 은행연합회는 이날 논의를 거쳐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부담 경감을 위한 공동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향후 발생할 이자부담의 일부를 경감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세부 지원규모 등 최종 방안은 올해 마련,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은행·금융투자업권·보험 등 다른 금융업권별 CEO 간담회를 릴레이로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위한 신사업 규제 완화도 시사했다. 이자장사 비판을 받는 은행들이 이자 의존도를 낮추려면 비이자이익을 확대할 수 있도록 신사업 규제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를 적극 고려하겠단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금융당국에서도 금융지주가 지주 본연의 역할을 온전히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며 "다만, 금융지주회사 발전을 위한 규제 개선들은 건실한 '내부통제'와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가 뒷받침 돼야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