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열·이병래·허경욱 '3파전'···'깜짝 인물' 가능성도
생보협회장, 이달 24일 윤곽···회추위, 후보 재검증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보험업계 양대 협회장들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수장 논의도 본격화됐다. 보험산업 특성상 금융 당국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업계에선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힘 있는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모두 연임보다 교체에 무게가 쏠린 가운데, 후임으로는 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물밑 경쟁이 시작된 모습이다. 굵직한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관전 포인트는 '깜짝 인사' 등장 여부다. 일찌감치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던 이들을 제치고 다크호스가 발탁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손보협회, 차기 협회장 인선 개시···회추위 가동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인선 작업을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SGI서울보증 등 6개 회원사 대표이사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었으나, SGI서울보증 대신 코리안리 대표이사가 회추위에 포함됐다.
정지원(61) 현 협회장의 임기가 내달 22일 만료될 예정인 만큼 회추위는 오는 27일 1차 회의를 열고 회추위원장을 선임, 이후 본격적인 차기 회장 인선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 안팎에선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유광열(59) SGI서울보증 대표와 이병래(59)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 허경욱(68) 전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경제관료 출신으로, 금융 당국과의 원활한 소통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험업계는 보고 있다.
먼저 유 대표는 행정고시 29회로, 재정경제부 혁신인사기획관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협력국장,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거쳐 서울보증보험 대표로 올랐다. 그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다. 풍부한 네트워크와 함께 산업 현안에 밝다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차기 회장 하마평에 오른 까닭에 회추위원에서도 제외됐다.
이 부회장과 허 전 대사는 각각 행시 32회, 22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30년 가까이 금융정책 당국에 몸담은 이 부회장의 경우 금융감독위원회에서 보험감독과 과장을, 금융위원회에선 보험과 과장과 금융정책과 과장으로 경험을 쌓았다.
후보군 중 가장 연장자인 허 전 대사는 재정경제부 시절 국제금융국 국제금융과 과장부터 국제금융국 국장, 국제업무정책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한 국제금융 전문가로 불린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거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로 활동,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법무법인 태평양에 자리를 두고 있다.
차기 회장 인선 작업 초기이기 때문에 '제3의 인물' 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깜짝 인사가 등장하더라도 금융 당국과의 소통능력이 뛰어난 인물이거나 관록을 자랑하는 인물 등으로 후보군이 구성될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크호스 등장···길어지는 생보협회 회추위, 24일 결론
생보협회장 인선은 손보협회보다 먼저 개시됐다. 작업이 속도감 있게 전개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회추위는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의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분위기다. 특히 2차 회의 직전 다크호스의 등장으로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개최된 생보협회 회추위 2차 회의에선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회추위원들은 추천된 이들의 경쟁력을 더 따져보기로 했다. 오는 24일 열리는 3차 회의에서 차기 협회장에 대한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현재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연임 의사를 내비친 정희수(70) 현 회장을 비롯해 성대규(56) 전 신한라이프 사장, 임승태(68) KDB생명 사장, 윤진식(77) 전 국회의원, 김철주(60)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 위원장 등이다. 함께 하마평에 올랐던 김성한(62) DGB생명 사장은 출마를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업계 안팎에선 성 전 사장과 임 사장이 유력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데다 '관'을 두루 경험했다는 점에서다. 업계는 금융 당국과의 소통이 중요한 시점에서 관 출신 인사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회원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이해도 높은 업계 인사가 협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혼재된 상황이다.
행시 33회인 성 전 사장은 금융위원회 출신으로, 보험개발원 원장과 신한라이프 사장 등 굵직한 경력을 통해 민·관 역량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행시 23회 출신인 임 사장 역시 재정경제부와 금융위를 거쳤으며, KDB생명 최고경영자(CEO)를 지내면서 민간 보험사 경력도 갖췄다.
다만 일각에선 후보군 중에서도 존재감이 컸던 성 전 사장의 경우, 차기 은행연합회장 최종 후보로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결정된 점이 부담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같은 '신한' 출신이 금융권 협회장을 맡는데 따른 잡음이 나올 수 있어서다.
최근 다크호스로 떠오른 인물은 김 위원장이다. 대구 청구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위원장은 행시 29회로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과 경제정책국장을 지냈다. 행시 12회 출신으로 정통 관료 출신인 윤 전 의원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경제정책을 조언하는 특별고문을 지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빠르게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여겨졌던 생보협회 회추위원들의 장고가 이어지는 것도 최근 들어 유력 후보군으로 급부상한 이들에 대한 검증과 함께 당국의 시그널 등을 종합 검토하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전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협회장 선출 때 당국에서 의견을 공식적으로 내진 않지만, 비공식 루트를 통해 어느 정도 반영이 된다"며 "일찌감치 거론된 이들과 달리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인물들의 경우 추가 검증 기간과 당국의 의견도 살펴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이 미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