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인플레에 유로존 금리 인하 4월 전망···美 앞질러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최근 내림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이, 하루새 16원 가량 반등했다. 물가와 고용지표의 둔화로 달러 약세흐름이 예상된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결과다.
이는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유럽의 금리인하 속도가 미국을 앞지를 것이란 전망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피봇(정책선회)'이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을 것이란 전망에, 달러에 대한 저점매수가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15.8원 오른 달러당 1305.8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달 24일(종가기준, 1306.4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 하락세는 다소 이례적이다. 전일 발표된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3%로 전월 대비 0.4%포인트(p)나 하락했기 때문이다. PCE 물가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에 주로 참고하는 지표다. 특히 기조적 흐름을 나타낸 근원 PCE 물가상승률도 3.5%로 한달새 0.2%p 둔화됐다.
여기에 연속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192만7000명으로, 시장 전망치(186만5000명)를 웃돌았다. 이는 경기둔화를 시사하나, 고용발 물가상승압력을 약화시킬 재료다. 이에 연준의 긴축 스탠스를 약화되면서 달러 약세가 예상됐지만, 정작 달러인덱스는 전일 102선에서 현재 103.3선까지 반등한 것이다.
해당 이변의 주요인은 유로화의 약세다. 11월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속보치)이 2.4%로 전월 대비 0.5%p나 둔화되면서, 2021년 7월(2.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3.6%로, 시장 예상치(3.9%)를 크게 하회했다.
그 결과 유럽의 금리인하 속도가 미국을 앞지를 것이란 전망이 강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시장 관계자들은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을 내년 5월(47.4%)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이 내년 4월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55%)하고 있다.
이에 유로·달러 환율이 전일 1.097달러선에서 장중 1.088달러까지 하락하는 약세를 기록한다. 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6개 통화 중 유로의 비중이 57.6%에 달하는 만큼, 달러가 간접적 상승압력을 받았다는 진단이다.
연준 인사들의 고금리 장기화 발언도 영향을 미쳤다. 전일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한 연설에서 "균형을 회복하고 물가상승률을 장기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제약적인 스탠스를 한참 동안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발언했다.
같은날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역시 한 인터뷰를 통해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발언, 최근 시장내 불거지고 있는 미 연준이 내년 1분기 중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을 일축했다.
그 결과 물가·고용지표의 완화에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4.247%선에서 현재 4.328%선까지 상승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현재 4.679%까지 소폭 반등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금리인하 속도 면에서 유럽이 미국을 앞설 경우 유로화는 약세를, 달러는 상대적 강세를 보일 수 있다"며 "이를 인지한 시장이 저점매수 형태로 '약달러 쉬어가기' 흐름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연준 인사들이 본격적인 기대인플레이션 관리 국면에 돌입했다는 점도 달러 롱플레이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