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하반기 경영화두 '건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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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 부문 연체율 상승
"잠재위험 반드시 현실화될 것"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올 하반기 '자산 건전성'이 은행권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가계·기업 부문의 연체율이 상승일로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은 아직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갈수록 잠재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대출 부실화 가능성 점증
최근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9.5%까지 치솟으면서 대출자들의 상환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신한은행은 3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9.48%였으며 국민·우리·하나은행 역시 9.3%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고정형 주택대출의 금리 상승세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들이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택대출 금리 상승세와 은행들의 대출확대 시기가 맞물린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말 190조원에 불과했던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올해 7월말 현재 232조원으로 20% 가까이 확대됐다. 특히 기업대출의 경우 같은기간 275조원에서 447조원으로 40% 가량 급증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는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상환부담을 더욱 가중시킬수 있으며, 국내 경기악화는 중소기업들의 대출상환 위험을 증대시킨다.
지난 3년간 지속적인 금리 상승세 역시 은행대출의 부실화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2005년말 5.6%에서 2006년말 5.8%, 2007년말 6.7%로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으며, 중소기업대출 금리 역시 같은 기간 5.9%→5.9%→7.1%로 오름폭을 키워오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근 연 8%를 돌파한 가운데, 올해부터 거치기간이 만료되는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
실제로 올해로 거치기간이 만료되는 주택담보대출은 21조8천억원이며, 내년에는 이보다 두배 이상 많은 48조6천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2~3년동안 대출이자만 내왔던 담보대출이 전체 대출의 57.5%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치기간이 만료돼 이자부담과 함께 원금까지 상환해야 하는 가계의 부담은 내년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며 "상환위험은 담보와 상관없이 이자비용상승에 따른 유동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의 단기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용위험, 시차의 문제"
이와 함께 부동산 경기침체의 여파로 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역시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은행들의 PF대출 연체율은 0.68%로 2006년말 대비 세배 가까이 급등했다. 연체금액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무려 5.5배가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대출에서 PF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는 PF대출 부실화 가능성과 함께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상환위험까지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금융당국은 현재까지 은행의 자산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은행들의 올 상반기 연체율은 0.79%로 지난해말 대비 0.05%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하지만 주요 은행들을 중심으로 연체금액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신한은행의 상반기 연체금액은 9246억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14.2% 급증했으며, 우리은행 역시 8603억원으로 같은기간 9.2% 늘었다. 하나은행 역시 6799억원으로 25.3% 증가했으며, 국민은행도 7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은행 연체율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은행들이 대손상각 규모를 늘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반기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경우 은행들은 상각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CJ투자증권의 심규선 연구원은 "올해 은행의 가장 큰 화두는 건전성 악화 가능성"이라며 "건전성 악화는 은행의 수익성까지 좌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지난 3년간 급증했던 대출자산의 부실화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기관려 지표 악화에 따른 중소기업 대출 부실화 가능성, 건설업 부실 우려에 따른 PF대출 관련 우려, 부동산경기 침체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대출 부실화 가능성 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투자증권의 이준재 연구원은 "이미 은행대출 증가속도는 실물 부문의 성장률을 크게 상회해 왔으며, 그만큼 외부 충격에 대한 내성은 약화됐다"며 "시차의 문제일 뿐, 은행의 잠재신용 위험은 반드시 현실화될 것이며 현재와 같이 신용공급이 계속된다면 그 진폭 또한 파장이 더 길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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