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說…기업들, 입단속 '쉬쉬'
유동성 위기說…기업들, 입단속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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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동양-두산 등 주가 곤두박질 '곤욕'
[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sunhyun@seoulfn.com>국내 금융시장의 혼란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유동성 우려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실제로 최근 유상증자나 채권 발행을 결정ㆍ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잇달아 급락하고 있다. 극도로 위축된 투자 심리 탓이다. 문제는 기업들의 자금난 진위 여부보다는 시장의 루머에 의해 주가가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증시 전문가들 또한 "기업들의 펀더멘탈에 큰 훼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를 결정하면 '빈지갑'이란 인식에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금난, 내색조차 하지 마라"
2일 동부그룹주는 동부생명의 유상증자 결정 소식에 동반급락했다. 동부건설과 동부CNI이 가격제한폭까지 주저 앉았고, 동부화재(-7.36%), 동부증권(-14.00%), 동부제철(-12.50%)등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는 동부생명이 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보험료 지급여력비율을 150%로 끌어 올리기 위해 총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는 소식이 그룹의 자금압박설로 비화된 데 따른 것이다.

동부생명 측은 "경기 침체 여파로 지난 4~6월 단기적자를 보긴 했지만 자금위기설에 휩싸일 정도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지는 않았다"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신은 수그라들지 않았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동부생명의 유상증자가 그룹 전체의 지속적인 우려 요인으로 부각될 가능성은 낮음에도 불구하고 그룹주들이 하한가로까지 연결된 것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동양그룹은 이보다 사정이 더하다. 동양생명이 유상증자 가능성을 일축했음에도 불구하고 '할 수도 있다'라는 단순 루머에 관련 주가가 곤두박질 친 것이다. 실제로 이날 동양시스템즈는 하한가까지 밀려났고, 동양종금증권(-13.95%), 동양메이저(-1.04%) 등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같은 기업의 유동성 우려는 하반기 들어서면서 꾸준히 거론됐다. 지난 7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과 금호타이어의 풋백옵션(매도선택권) 행사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회사 측은 긴급 IR(기업설명회)를 실시하고 4조5740억원에 이르는 유동성 확보 방안을 마련, 진정에 나섰으나 관련 주가는 여전히 부진하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두산그룹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달 28일,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이 해외 계열사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소식에 재무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그룹주가 동반 급락한 것. 두산 역시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IR을 개최하며 해명했지만 우려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장기적인 차입금 상환능력과 기업공개(IPO) 지연 가능성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관련 주가는 사흘만에 30% 이상 주저 앉았다.
 
■불신의 장, 당분간 지속될 듯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같은 불신의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투자심리 완화가 선행돼야지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금융시장의 유동성에 대한 의심이 지속되며 한국 증시가 타 국가증시 보다 상대적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은행들은 예금 증가율이 줄어 대출여력이 감소하고 있으나 실적부진으로 현금 흐름이 악화된 기업의 차입요구가 늘어나며 자금사정이 원만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예금은행 대출의 80%는 실질적으로 자금 회수를 장담하기 어려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소기업대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주택가격의 침체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대비 주택담보대출은 9조원이나 증가했으며 중기대출은 무려 35조원이나 늘어났다. 예금은행의 건설업종에 대한 대출 비중 또한 지난해 말 44조3000억원에서 올 3월 말에는 47조8000억원으로 4개월 만에 8% 가까이 늘어났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불안심리와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자금이 생산적인 곳으로 이동하지 않는 시중자금의 동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현 상황이 지표악화보다 단순한 설(設)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우리 경제의 취약한 부분이 위기설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잠재불안 요인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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