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건설·부동산업 불황에···은행 '깡통대출' 급증
길어지는 건설·부동산업 불황에···은행 '깡통대출'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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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무수익여신 3.5조···전년比 26.2%↑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나민수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건설·부동산업 불황이 길어진 여파로 시중은행에서 대출해주고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 급증하고 있다.

17일 은행연합회 경영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난해 말 무수익여신은 총 3조5207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2조7900억원)보다 26.2% 증가한 수준이다.

무수익여신은 연체여신과 이자 미계상 여신을 합한 수치로 통상 '깡통대출'로 불린다. 이 중 이자 미계상 여신은 부도업체 등에 대한 여신, 채무 상환능력 악화 여신, 채권 재조정 여신 등을 포함한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5대 은행 중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의 무수익여신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5221억원에서 7498억원으로 43.6%, 하나은행은 6521억원에서 8678억원으로 33.1% 각각 늘었다.

우리은행은 4701억원에서 5289억원으로 12.5%, 농협은행은 5130억원에서 7682억원으로 49.7% 각각 증가했다.

반면 신한은행의 경우 6327억원에서 6060억원으로 4.2% 줄었다.

각 은행이 공개한 '거액 무수익여신 증가업체 현황'을 보면 건설·부동산업 업체들의 부도나 채무 불이행 등이 전체 무수익여신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5대 은행에서 무수익여신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차주는 건설·부동산업 회사로 분류됐다. 예컨대 국민은행에서는 부동산업을 하는 A업체에 대한 무수익여신이 1년 새 645억원 급증했다. 채무 상환 능력 악화에 따른 이자 미계상 여신 발생 때문이었다.

신한은행에서도 주거용 건물 임대업을 해오던 B업체에 대한 무수익여신이 347억원 늘었으며 이는 부도업체의 채무 불이행 때문으로 보고됐다.

하나은행에서는 기타 토목 시설물 건설업을 영위하는 C업체의 무수익여신이 604억원 발생했다. 유동성 악화로 채무 상환을 하지 못하게 된 경우였다.

우리은행에선 아파트 건설업체인 D사에 대한 무수익여신이 720억원으로 잡혔다. 기업신용평가에서 D등급을 받고 채권 재조정을 한 결과였다.

농협은행 역시 무수익여신이 420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어난 회사가 워크아웃으로 채권 재조정이 이뤄진 건설업체였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이 확대되고 재고가 감소하는 등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건설업 등 내수 경기는 둔화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앞서 한국은행은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최근 분양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고금리 지속, 공사비 상승 등의 비용 부담 증대로 건설업 및 부동산업의 재무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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