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R&D 투자' 늘렸다···스마트 건설·에너지·안전 기술 집중
건설사, 'R&D 투자' 늘렸다···스마트 건설·에너지·안전 기술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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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건설사 중 9개사 연구비 증액···"주택 부진과 첨단 기술 수요 높아진 영향"
고원가율에 삼성물산 등만 매출比 연구비 비중 1%대···타업종 대비 투자 적어
"성장여건 위한 투자 지속 전망"···R&D조직 세분화·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사진=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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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올해도 부동산 경기가 불안정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건설사들이 연구개발(R&D) 비용을 크게 늘리며 비주택 부분 첨단 기술 연구에 투자를 집중한 모습이다.

17일 서울파이낸스가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들의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위 내 건설사 중 8개사가 연구개발비를 늘렸고, 매출 대비 연구비 비중도 대다수 개선됐다.

건설업계의 절대적 R&D 투자 규모나 비중은 타 업계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다. 매출 대비 연구비 비중은 10대 건설사 평균 0.6%대인 반면, 건설업과 함께 국내 대표 산업으로 취급되는 반도체, IT, 제약 등의 선두 기업의 해당 비율은 10~20%대를 웃돈다. 원가율이 비교적 높은 편인 자동차 제조업도 2%대(현대자동차 기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은 원가율이 높아 수익률이 크지 않기 때문에 R&D에 투자 여력이 다른 업종과 비교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과거엔 주택 산업만으로도 괜찮았기 때문에 기술 연구가 절실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주택 시장이 위축되고 에너지 사업이나 해외 건설 수주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최근 R&D 투자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연구개발비가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삼성물산이었다. 지난해 회사의 연구개발비는 4760억원으로, 2022년 3836억원보다 24.09%나 늘었다. 이에 매출 대비 연구비 비율도 1년 새 0.89%→1.14%로 올랐는데, 현대건설과 함께 유일하게 1% 이상에 머물렀다. 대표적 연구 실적으로는 고중량 몰탈의 실용화를 통한 바닥충격음 저감성능 향상, 해체 철거공사 신공법 개발 등이 있다.

현대건설의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1642억원으로, 1년 전(1368억원)보다 20.03% 증액됐다. 그러나 1년 새 매출액도 39.61%나 늘었기 때문에 매출 대비 연구비 비율은 1.14%→1.04%로 감소했다. 구체적으론 용역 연구개발을 줄이고 자체 연구인원을 증원하며 인가비가 32.53% 늘었다. 대표적으론 H-모듈러 공동주택 프로토타입 연구 개발 실적 등이 있다.

연구비 증액 비율로 보면 GS건설이 가장 크게 상승했는데, 2022년 346억원에서 지난해 720억원으로 108% 상승했다. 이어서 △DL이앤씨 545억원→730억원(33.94%↑) △SK에코플랜트 223억원→285억원(27.8%↑) △롯데건설 276억원→347억원(25.72%↑) △포스코이앤씨 336억원→409억원(21.73%↑) △대우건설 648억원→728억원(12.15%↑) 순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높였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469억원에서 460억원으로 1.92% 감소해 같은 기간 매출 대비 연구비 비중도 0.53%에서 0.35%로 0.18포인트(p)하락했다. 매출액이 같은 기간 48.2% 늘었고, 영업익도 119% 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연구비용 삭감은 아쉬운 부분이다. 호반건설도 경상연구개발비를 2022년 3395만원에서 지난해 900만원으로 줄였다. 매출이 16%가량 감소한 탓도 있지만, 조단위 매출이 발생하는 대형 건설사 기준에선 R&D투자가 미흡하단 평가다.

건설사들이 지난해 R&D 투자를 집중한 분야는 크게 4개로 △스마트 건설 기술 △신재생 에너지 △정부가 예고한 의무 기술 △안전 관리 기술 등이었다.

스마트 건설 기술은 인력난과 품질 관리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공장 생산 '모듈러' 주택과 건설 시설물의 설계·시공·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3D 모델링화 하는 BIM 기술, AI기반 건설기계자동화 관련이 가장 많았다.

신재생에너지에선 탄소와 해상풍력, 폐기물 처리 등 건설사들이 최근 미래 먹거리로 선점한 분야의 기술이었고,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 층간 소음 절감 기술 등 정부가 내년부터 의무화를 예고한 기술 등에도 주로 투자됐다. 지난해 아파트 붕괴, 중대재해 등이 업계 최대 이슈로 떠오른 만큼 안전 관리 기술도 꾸준히 연구됐다.

이를 위해 R&D 조직 강화에 나서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삼성물산은 건설부문 연구인원을 기존 120명에서 130명으로 늘리고 주거성능연구소, 건설안전연구소에 각각 4명씩 증원했다. 현대건설은 팀을 세분화해 빌딩과 주택 디자인 연구를 강화했고, 플랜트 사업본부 연구 2개 팀을 9개로 나눠 투자를 집중했다. 그 외 건설사도 연구비를 증액한 만큼 대부분 연구 팀을 세분화하는 추세를 보였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건설 경영 환경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대형 건설사 위주로 성장여건 마련을 위한 투자가 지속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에너지 등 전망이 좋은 시장으로 건설사들이 진출하고 있고, 수익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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