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경쟁력 강화하는 건설 '빅3', 콘크리트 개발하는 이유는?
기술 경쟁력 강화하는 건설 '빅3', 콘크리트 개발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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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연구개발비용 12~24% 증액
탄소저감 콘크리트 방법론·조강 콘크리트·친환경 콘크리트 개발
"온실가스의 주요 원인 콘크리트 탄소 배출을 줄이고 품질 향상"
현대건설 조강 콘크리트 기술 원리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 조강 콘크리트 기술 원리 (사진=현대건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대형건설사들이 건설 신기술이나 공법에 국한되지 않고, 핵심 자재인 콘크리트 등으로 연구개발(R&D) 영역을 확장하고 나섰다. 

기존 콘크리트 대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콘크리트를 새로 개발, 적용해 시설물의 품질과 건설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고,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환경 규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인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도급순위 3대 상장 건설사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이 앞다퉈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건설현장 안전을 확보하고 전세계적인 친환경 추세에 대응한 콘크리트 제품 및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선 모습이다. 

실제 3개사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들 기업 모두 지난 2021년부터 3개년 간 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 비용이 확대 추세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연구개발비용으로 47조5974억원을 투입, 전년보다 투자액을 24% 늘렸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각각 20%, 12% 확대한 16조4251억원, 7조2804억원을 연구개발비용으로 썼다. 건설업과 함께 유통‧바이오 사업도 영위하는 삼성물산의 경우 건설부문 별도 비용을 확인할 수 없지만 투입비용이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택 불황과 업황 부진 속에서 미래 먹거리 사업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 가운데 건설사들은 단순 건설 신기술이나 공법뿐 아니라 건설자재인 콘크리트 제품‧기술 개발에도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3개사의 연구 활동을 살펴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자체연구 및 공동연구 54건 가운데 6건, 현대건설 자체연구 실적 46건 중 5건, 대우건설 13건 중 2건이 콘크리트 제품‧기술 관련 연구였다. 

구체적으로 삼성물산은 △열풍기 미사용 동절기 콘크리트 슬라브양생 기술 △주택 바닥충격음 저감을 위한 슬래브콘크리트 재료 개발 △탄소저감 무시멘트 콘크리트 개발 △탄소저감 콘크리트 구조성능 평가 및 기술 인증 등을 연구했다. 

현대건설은 △PC 라멘조 공동주택 외장공법 개발 △층간소음 실증주택 건립 및 PC 라멘조 공동주택 요소기술 Mock-up 검증 △부유식 해상풍력 설계기술 확보 및 요동저감형 콘크리트 부유체 개발 등에 나섰다. 대우건설은 △장기변형 저감 콘크리트 개발(국제공동연구)-2단계 △탄소저감 고품질 조강형 슬래그시멘트 콘크리트 기술개발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이 같은 연구개발활동은 실제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탄소저감 콘크리트 방법론을 개발, 건설업계 최초로 대한상공회의소 탄소감축인증센터의 인증을 받았다. 탄소저감 콘크리트 방법론은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콘크리트 제조 과정에서 탄소저감 원리, 탄소 감축량 산정방식, 현장 적용 때 모니터링 절차 등 탄소 감축과 관련한 검증 절차를 규정한 것이다. 

앞서 삼성물산은 일반 콘크리트 대비 탄소배출량을 40%가량 낮춘 저탄소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를 개발해 서울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아파트 건설현장에 적용 중이다. 또 시멘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일반 콘크리트 보도블록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70% 정도 낮은 제로 시멘트 보도블록을 개발했다.

현대건설은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인 '조강 콘크리트'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사돈 기업인 삼표산업과 공동 개발한 이 기술은 나노입자 균질혼합기술 및 원재료 순도관리를 통해 빠르고 균일하게 초기 압축강도를 확보할 수 있어 신속한 내구성 확보와 안전사고 위험 최소화를 구현했다는 평가다.

특히 동절기 양생 시 갈탄·히터 등으로 열에너지를 공급해 10℃ 이상의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일반 콘크리트와 달리 이번 개발품은 5℃ 온도 조건에서도 시멘트 수화반응을 가속화시켜 24시간 안에 기준치인 5MPa(메가파스칼) 이상의 강도를 달성할 수 있다. 이 기술은 행안부로부터 '재난안전신기술 제2023-27호'로 지정됐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2017년부터 일찌감치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제철에서 버려지는 산업부산물을 활용해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35%까지 낮춘 'H-ment'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 중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2022년에 건설사 최초로 저탄소 친환경 콘크리트를 도입했다. 지난 2021년 11월 '조강형 슬래그시멘트 품질 개선 및 탄소저감 콘크리트 배합 설계 도출' 연구 개발에 본격 착수한 결과다. 이 콘크리트는 기존 콘크리트 대비 최대 112kg/㎥까지 시멘트 사용량을 줄여 54%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또 조기 강도가 우수한 조강 슬래그 시멘트를 활용해 동절기 콘크리트 강도 지연과 품질 하자 문제를 해소, 계절·기후에 상관없이 전체 공정에 적용 가능하다. 

대우건설은 현재 '콘크리트 프리팹 생산공정 자동화 시스템 구축', 'OSC 기반 PC구조 공동주택 벽체, 바닥 차음성능 최적화 및 현장 생산성 향상 요소 기술' 등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이 이처럼 건설자재인 콘크리트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2050 탄소중립 실현, 탄소배출권, 안전, 층간소음 등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1%가 건설업에서 발생하는 만큼 탄소저감을 위한 건설업계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콘크리트의 주원료인 시멘트 1톤당 약 0.9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만큼 저탄소 친환경 제품 및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시멘트가 주원료인 콘크리트는 건설의 핵심 자재이지만 제조과정에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어 건설업계에서는 탄소배출을 대폭 줄인 다양한 저탄소 콘크리트 개발에 나서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 전세계적으로 저탄소 콘크리트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당사의 현장뿐 아니라 다른 현장에서도 판매‧적용해 신사업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현장의 주자재인 콘크리트의 기능과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술 및 시스템 개발에 매진하는 중"이라며 "안전과 품질을 강화하기 위해 원천기술 확보, 관리시스템의 디지털 전환 및 고도화 등에 대한 연구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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