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흔들리는 삼성, 이재용의 '카리스마' 필요하다
[데스크 칼럼] 흔들리는 삼성, 이재용의 '카리스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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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열 산업1부장
서종열 산업1부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말 미국으로 출국했다.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을 시작으로 미국 내 주요 고객사들을 만날 계획이다. 이어 워싱턴DC로 날아가 미국 정부 및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미국 내 투자계획을 논의하며,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CEO들과의 연쇄 회동에도 나설 예정이다. 보름간의 출장길에서 물려 30회 이상의 미팅이 예정됐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그야말로 숨 쉴 틈조차 없을 정도의 강행군이다. 

그래서일까. 이 회장의 대외활동이 이번에는 오히려 다급함으로 여겨진다. 이 회장이 글로벌 고객사들을 부지런히 만나야 할 정도로 삼성전자의 경영상황이 악화됐다는 의미로 해석돼서다. 

실제 삼성전자는 주요 4대 사업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력이던 반도체사업부는 지난해에만 15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다시 체력을 추스른 모습이지만, 과거와 같은 대규모 흑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신규 먹거리로 평가받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는 주도권을 뺏기면서 후발주자로 여겼던 SK하이닉스를 되레 추격하는 처지다.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1위 대만의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의 인텔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추격을 당하는 신세다. 

모바일사업부 역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주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중국 업체들이 무서울 속도로 추격에 나서고 있다. 

그나마 가전사업부는 AI가전을 내세워 실적개선을 이뤘지만, 경쟁사인 LG전자에 영입이익에서 밀리며 자존심을 구겼다.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네트워크사업부는 인원감축 등 경영효율화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전자의 위기감은 지난달 21일 있었던 원포인트 인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통상 연말에 진행했던 사장단 인사를 급작스레 단행하면서 전영현 부회장을 반도체사업부 수장으로 내세웠다. 이후 삼성전자는 일부 부서에서만 진행하던 주6일 근무를 삼성전자는 물론, 관계사까지 확대했다. 삼성전자 역시 위기감을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전영현 부회장 역시 반도체사업부장으로 선임된 후 언론을 통해 "삼성 특유의 치열함이 사라졌다"며 한탄했다. 아시아의 작은 전자기업에서 세계를 호령하는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던 배경 중 하나인 '치열함'이 이제는 삼성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이다. 

재계 전문가들은 삼성의 치열함이 사라진 배경으로 '리더의 부재'를 지목한다. 국내 최대 기업답게 수많은 임원들이 삼성전자와 관계사에 포진해있지만, 방향을 설정하고 목적지를 지정하는 리더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31년 전인 1993년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은 삼성 내 전 임원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불러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삼성 신경영'의 시작이다. 삼성은 이때를 기점으로 급격한 진화를 시작했다. 동아시아의 작은 기업이던 삼성전자를 '초일류기업'으로 일궈냈다. '이건희'라는 리더가 방향과 목적지를 설정하자 삼성의 임직원이 치열하게 노력한 덕이다. 

이재용 회장은 그룹 수장으로 올라선지 5년째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목적지와 방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잇단 재판과 송사가 아직까지 이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회장이 이번 출장길에서 "모두가 하는 사업은 잘해내고, 아무도 못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는 메시지를 내놨다는 점이다. 

아무도 못하는 사업은 새로운 길을 걷겠다는 의미다. 새로운 길을 걷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다짐이 필요하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앞장 선 자의 준비와 자신감이다. 

그래서 이번 이 회장의 출장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 '치열함'이 사라지며 둔해진 삼성전자의 파란 피를 다시 끓어 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이재용 회장의 '강렬한' 레드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서종열 산업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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