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분석 결과 두고 '옥신각신'···EDR 무용론까지 고개
급발진 분석 결과 두고 '옥신각신'···EDR 무용론까지 고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과수 "EDR 분석 결과, 페달 오조작이 급발진 원인"
신뢰할 수 없다는 원고 측···"가속 페달 밟지 않았다"
'EDR=면죄부'라는 주장도···제조사 결함 인정 0건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폐쇠회로 화면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급발진 사고의 핵심 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사고기록장치(EDR·Event Data Recorder)'을 놓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EDR 자료를 기초로 급발진 사고는 없다는 완성차 제조사들과 EDR과 관련없이 급발진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는 소비자들이 첨예한 대립각을 펴고 있어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EDR이 제조사들의 '면죄부'가 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EDR만으로는 급발진 여부를 정확히 밝혀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급발진사고와 관련된 제대로된 조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춘천지방법원에 따르면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는 지난 2022년 12월 발생했다. 할머니가 몰던 차가 갑자기 돌진해 뒷자리에 타고 있던 손자가 숨졌다.

유가족 측은 할머니가 감속 페달을 밟았다며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고기록장치 EDR 분석 결과 페달 오조작이 원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국과수의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유가족은 EDR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며 지난 4월 사고 재연 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할머니는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유가족 주장에 힘이 실리는, 국과수 EDR 분석 결과와 180도 다른 결과가 나왔다.

국과수 측은 즉각 반박했다. EDR의 상위 개념이자 차의 두뇌로 불리는 ECU(전자제어장치)의 고장 코드도 확인한 만큼, 급발진으로 의심될 만한 잘못된 결과가 EDR에 기록될 확률은 희박하다는 주장이다.

피고 측인 자동차 제조사도 입장을 내놓으며 국과수 반박을 뒷받침했다. 제조사는 "사건 차량과 시험 차량의 상이점, 가속 및 도로 상황의 차이점 등 제반 조건이 국과수 EDR 분석 결과와 맞지 않는다. 원고 측의 재연 시험 결과는 객관성이 결여돼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이 자동차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급발진 사고 발생 가능성의 유무와 함께 급발진 사고 발생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결정짓는 재판이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급발진 가능성을 인정하고, 제조사의 일부 책임을 인정할 경우 자동차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대규모의 급발진 배상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급발진 사고로 낸 소비자들은 EDR을 통한 기록만으로는 급발진 여부를 정확하게 결론지을 수 없다며 제조사가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원고 측을 변호하고 있는 하종선 변호사는 "국과수가 EDR 분석 결과를 내세워 운전자 과실로 감정서를 내면 재판부 입장도 난처할 수밖에 없다"면서 "제조사도 이를 믿고 반론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자동차 급발진 사고 원인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급발진연구회다. 연구회 측은 "우리나라는 소비자 중심이 아닌 제조사 중심의, 어떻게 보면 원고 측에 상당히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EDR"이라고 했다. 특히 연구회는 에어백 전개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장착된 EDR이 어느 순간부터 급발진 원인을 분석하는 장치로 둔갑했다고 지적하면서 급발진 사고와 관련 EDR이 제조사들의 '면죄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이번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를 포함해 지난 14년간 800건에 육박하는 급발진 사고가 있었지만, EDR 분석 결과로 제조사 결함이 인정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이는 사고 발생 시점 5초 전의 속도, 회전수, 가속 페달 압력값 등 한정적인 정보만 기록하는 EDR의 한계에서 기인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기록된 정보들도 쉽게 믿을 수 없는 것이 ECU 오류로 급발진했다면, 운전자의 감속 페달 작동 여부와 관계 없이 오류로 발생한 기록만 남게 된다. 지금껏 예외 없이 가속 페달만 밟았다는 국과수 분석 결과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EDR을 신뢰하는 것은 정신 나간 사람의 증언을 믿고 있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 때문에 일각에서는 EDR 분석 결과가 제조사에게 면죄부를 주는 증거로 이용된다는 얘기도 나온다"면서 "결국 일부 소비자들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페달 부분만 녹화하는 블랙박스를 추가로 설치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EDR 신뢰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비상제동장치 작동 유무, 감속 페달 압력값도 기록 정보로 추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이 통과되면 EDR 기록 정보는 기존 45개에서 67개로 늘어난다. 

한편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건은 오는 18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5차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루트임베디드 2024-06-16 15:57:50
유튜브에서 다음과 같이 검색해 보세요.
검색어: [루트 임베디드] 자동차 급발진 사고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