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경제는 환율 폭등, 주가 폭락의 위기 지표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기나 불안은 지나갔다. 큰 들에서 나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세계경제기구들의 평가가 좋다는 근거를 알 수 없는 주장까지 더하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그럴싸한 포장을 하더라도 지금 한국 경제가 좋다거나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할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더하여 지금 같은 추세라면 내년도 한국 경제가 좋아질 여지도 없다고 단언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내년 세계 경제는 대체로 어두운 전망이 내려진 상태에서 트럼프의 등장이 그동안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였던 미국경제에도 암운이 드리울 것이라는 예상이 번지고 있다. 일단 물가가 당초 목표보다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대선 기간 중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그 여파는 당장 한동안 내려가던 물가가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금리인하 이후 미국의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저소득층부터 시작해서 전반적인 소비위축을 부를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선거기간 중 내내 주장해왔던 대로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고 거기 더해 매우 과격한 관세 폭탄을 중국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들에게 쏟아 붓겠다고 천명해왔다.
이로써 고물가를 피할 수 없게 된 미국 국민들도 힘든 시기를 맞겠지만 대미 수출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숱한 나라들이 죄다 경기부진을 경험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다만 미국은 트럼프의 바람대로 우·러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을 종식시킨다면 재정적 여유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나 이런 미국의 선택이 결국 세계경제 전체를 수렁으로 끌어들일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일부 투자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2의 대공황을 예상하며 불안을 표현한다. 트럼프의 미국이 외교적으로 고립주의로 환원하려 하는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바이든 정부와 방향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지만 1930년대와 달리 미국의 동향은 여전히 세계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영향력을 지니고 있어서 결국 세계 경제를 수렁에 빠트릴 힘 또한 갖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런 미국과 경제적으로든 안보적으로든 밀접한 관계인 한국은 비공식적이지만 국제사회에서 트럼프트레이드의 최대 피해국이 될 것이라고 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만만하게 보이면 잡아먹으려 드는 부동산업자 출신 트럼프에게 한국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인 한국이지만 이런 외부적 요인에만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내수경기는 지금 금융위기 때보다 더 후퇴하고 있다는 소리들조차 나올 만큼 심각하다. 정부발표 통계상 실업률은 개선되고 있다지만 실상 고용노동자의 고용조건은 정규직 비중이 줄고 비정규직이 대폭 늘어나는 등 더 악화됐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자금들이 빠져나가면 한국경제는 순식간에 주저앉을 수가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자본시장은 해외투자자들에게 전혀 매리트가 없다.
현 정부가 치적으로 자랑했던 공매도 금지는 지금처럼 주가가 계속 떨어지는 장에서 거래를 이어줄 수단을 없앰으로써 증권시장을 식물상태로 만들 위험성만 높였다. 우리 증시 내에서 비중이 압도적인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이 전체 주가지수 하락을 견인하고 있지만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투자자들은 가격이 하락하는 주식을 처분하고 시장을 떠나는 외의 선택지를 잃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도 워낙 성장률이 낮았던 지난해의 실적에 기초한 기저효과일 뿐 실질적으로는 거의 1%대 성장에 머무는데다가 도이치모터스 사건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투명하지 못한 시장정책에 더해 최근에는 우크라이나로 인해 안보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외국자본들로서는 한국 시장을 떠날 이유만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외국인 투자 자본들의 빠른 이탈이 큰 원인이 됐다는 점을 지금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부자 감세로 구멍 난 재정을 메꾸겠다고 이것저것 쓸 수 없는 돈들까지 끌어다 쓰다보니 외평기금도 50조원이나 줄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트럼프트레이드가 거칠게 진행되고 외국투자자들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매력을 못 찾는 상황에서 외평기금마저 딸리면 어쩌자는 것인가. 이런 정부가 세계적인 대공황이라도 발생하면 나라 문 닫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