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알뜰폰 자생력 확대 위해 필요" 의견도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대기업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되고 있다. 해당 법안이 중소 사업자의 자생력 확대라는 취지와 달리 대기업 점유율 제한이 시장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해당 법안을 둘러싼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추후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해당 개정안은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자회사와 KB리브엠 등 금융권·대기업 계열사를 포함한 알뜰폰 계열사의 시장 합산 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전체회의에서 이동통신 자회사 및 대기업의 합산 점유율 규제를 강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이에 법사위는 야당과 소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함에 따라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판단하고 전체회의에서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현재 이동통신 3사의 5개 알뜰폰 자회사와 KB리브엠 등 금융권 자회사를 포함한 대기업 합산 점유율은 약 52% 수준으로 전해진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서 가결될 경우 대기업 알뜰폰 자회사는 최대 8%로 점유율 확대폭이 제한되며, 신규 프로모션 및 신상품 출시 등 일정에도 제동이 걸리게 된다.
해당 법안을 두고 여당은 시장점유율을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민간 영역 개입이라며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통신 업계 역시 이번 법안과 관련해 말을 아끼면서도, 점유율 규제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극단적인 시장 규제의 일환인 만큼 부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대기업을 통제하면 결국 참여할 수 있는 건 중견기업, 중소기업인데, 이들이 시장에 제대로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민생을 위한 정책인 만큼 부작용이 예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기업 점유율을 제한하는 법안이 알뜰폰 사업자의 자생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대규모 자본을 배경으로 하는 알뜰폰 사업자를 제외하면 40% 시장이 중소 알뜰폰 사업자에게 열린 셈인데,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중소 사업자가 덩치를 키우거나 소비자를 유인하는 방법을 키우게 될 것"이라며 "그간 도매대가 인하 등의 방법은 정책에 의존해 생존시키는 것인데, 이번 지원법은 이들을 성장시킬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남은 건 이러한 환경에 대비해 중소 사업자들이 경쟁력을 갖춰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뜰폰 업계는 중소 사업자들의 수익성 악화가 심화하며 잇따라 사업이 중단되고 있는 가운데, 위기 해소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알뜰폰 협회 회장사인 세종텔레콤은 수익성 악화로 시장 진출 12년 만인 지난 달 알뜰폰 사업을 중단하고 '스노우맨' 브랜드 매각 작업에 들어서기도 했으며, 여유모바일 역시 최근 알뜰폰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지난 2일 과기정통부가 이달 내 '2025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책 동향에 대한 움직임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기업 점유율 제한과 관련해 알뜰폰 업계 내에서도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움직이는 사업자와, MVO 사업자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사업자 간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라며 "다만 현재도 대기업 점유율이 60%를 넘고 있지 않은 만큼, 중소 가업자에게는 도매대가 인하나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구축 등의 이슈가 더욱 크게 다가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