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부터 포트폴리오 조정···프리미엄 중심 영업과 비용관리 주효
4분기 순익 악화, 연체율 상승 등 과제도···"올해도 진성영업 집중"
![(사진=하나금융그룹)](/news/photo/202502/547267_300445_3944.jpg)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하나카드가 뼈를 깎는 체질개선 노력 끝에 지난해 순이익 30% 증가라는 호실적을 달성했다. 기존 핵심 수익원이었던 카드대출 부문을 축소하고, 프리미엄상품을 중심으로 현장 영업에 집중한 결과 주요 경영지표들이 뚜렷한 개선세를 보인 것이다.
5일 하나금융그룹의 공시에 따르면 하나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이 22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9.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2505억원) 이후 3년 만의 증가 전환이다.
이번 호실적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먼저 최근 몇 년새 카드사들의 호실적을 견인한 순이자수익이 4458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는 점이다.
매출로 봐도 하나카드가 지난해 의도적으로 카드대출을 축소시킨 것이 드러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 전체의 카드대출 이용액이 102조6644억원으로 일년새 3.3% 증가한 가운데, 하나카드의 대출 이용액(5조5250억원)만 14.2%나 급감했다. 다른 카드사들의 경우 증가세를 보였거나 1%대 이하의 감소율만 보였다.
이는 고금리 기조 속 부실리스크를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통상 카드론 등 카드대출 부문은 수익성이 높아 최근 몇 년새 카드사들의 실적을 책임져 왔지만, 경기침체 우려 속 연체율 등이 급증하며 건전성에 대한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었다.
여기에 지난해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문턱을 높이자 대출수요가 카드론 등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고, 일부 카드사는 늘어난 연체율 관리를 위해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해야 했다. 이에 수익성 악화를 감수, 선제적으로 건전성 관리에 집중했단 설명이다.
대출 부문의 약화에도 호실적을 기록한 동력은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이다. 지난 한해 일시불 매출이 75조7673억원으로 5.5%나 증가한 결과, 수수료이익(3107억원)이 전년 대비 44.6%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거듭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신용판매 수익성이 극히 낮아졌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결과다.
이에 대해 하나카드 관계자는 "금리 인상을 통한 조달비용 증가에도 프리미엄 상품 중심의 모집과 무이자 마케팅 축소, 판촉비 집행효율 개선 등에 힘입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해 하나카드의 할부 매출(8조3701억원)이 전년 대비 3.8% 감소했음에도, 하나카드의 할부 수수료는 3분기 누적 기준 16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나 급증했다.
할부 매출 자체는 줄었지만 무이자할부가 줄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연회비 수익(1709억원)도 일년새 14.8% 증가했다. 포트폴리오 조정 결과 주요 경영지표들의 개선흐름이 가시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1.61%, 9.2%로 일년새 0.3%p, 1.58%p씩 상승했다. 반면 영업이익경비율(CIR)은 29.2%로 0.3%p 감소했다. 작년 영업수익(8907억원)은 전년 대비 9.2% 증가에 그쳤지만, 수익성이 크게 제고되며 30%에 가까운 순익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결제 부문의 선전도 영향을 미쳤다. 작년 하나카드의 해외체크 이용액(개인)은 2조494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2.5%나 성장했다. 이는 전체 취급액의 43.3%로, 자산순위 7위임에도 해외체크 부문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하나금융의 해외여행서비스로 거듭난 트래블로그를 바탕으로 강력한 선점효과가 유지된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4분기 들어 정체된 성장세와 높아진 연체율은 풀어야 할 과제다. 분기별 순익을 살펴보면 1분기 535억원, 2분기 631억원, 3분기 678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가 유지됐지만, 4분기 들어 373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충당금 적립 영향으로 보여진다. 실제 4분기 충당금적립전 영업이익이 149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2% 증가했지만, 충당금 적립비용은 949억원으로 같은 기간 39.4%나 폭증했다.
연간 카드대출 규모는 줄었지만, 은행과 저축은행들이 대출문턱을 높인 풍선효과에 카드론 이용액이 매분기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4분기 충당금 적립대상 자산은 4000억원 가량 증가했으며, 최근 불확실성을 감안해 보다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4분기 연체율은 1.87%로 전년 동기 대비 0.2%p나 악화된 상태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지난 2023년부터 강도 높은 자산 재조정을 실시했고, 그 결과 카드론 등 고위험 상품 취급액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며 "올해에도 시장환경 악화가 예상됨에 따라 자본투하 없는 수수료이익 성장과 모집·판촉비의 효율적 관리 등 고효율 진성영업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