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news/photo/202502/547301_300479_3413.jpg)
최근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돌잔치 선물로 인기 있던 순금 반지 문화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순금 한 돈(3.75g) 반지 가격이 60만원을 넘어가면서 이제는 반지 대신 현금이나 상품권을 선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 KRX 금 현물 종가는(1g당 가격) 역대 최고가인 14만1350원이었다. 금값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금값이 오르니까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
금은 금리가 낮아지고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주목받는다. 금 수요는 금리에 따라 달라진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은 시기에는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달러나 채권 같은 자산이 더 매력적이다.
반면, 금리가 낮아지면 금의 상대적 가치가 올라가며 투자자들이 몰린다. 또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화폐 가치는 하락하지만 금은 본질적인 가치를 유지한다. 이런 이유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위험 회피)수단으로 금이 각광받는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금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금리 인하 기조, 인플레이션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이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글로벌 무역 갈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안전자산인 금값은 더욱 치솟는 중이다.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직접 금을 구매하는 실물거래뿐 아니라 금융상품을 활용한 간접 투자 등 다양하다. 각각의 방식이 가진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내게 맞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매차익 목적의 금 투자라면 부수비용이 비싼 실물거래보다는 KRX금시장이나 ETF 등 금융을 통해 투자를 하는 것이 수수료 측면에서 유리하다. 실물 거래는 거래 및 보관비용뿐 아니라 분실우려 등의 리스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골드뱅킹은 은행 저축방식을 통해 예·적금처럼 간단하게 거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고액자산가들에게 인기가 많다. 금펀드나 ETF는 금 가격을 추종하는 펀드로, 휴대폰 어플을 통해 주식처럼 손쉽게 매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골드뱅킹이나 금 펀드 및 ETF 상품은 매매차익에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되기에 KRX금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는 가장 유리하다.
KRX금시장은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금현물 시장으로 증권사에서 금 계좌를 개설해 g단위로 사고파는 방식이다. 수수료가 0.3% 내외이며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도 없다. 향후 실물 금이 필요할 경우 인출도 가능하다. 골드뱅킹과 KRX금시장을 통해 투자했다면 부가가치세 10%와 인출비용을 지불하면 실물 금 인출이 가능한데 이때도 KRX금시장이 비용 측면에서 좀 더 저렴하다.
'세기를 막론한 최후의 안전자산'은 금의 가치를 논할 때 따라붙는 수식어다.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금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다. 이런 까닭에 높은 가격에 대한 경계감에도 금값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며 투자유인과 매력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금을 사야 할까?
안전자산의 대표주자인 금을 포트폴리오에 일정비율 가져가는 것은 언제나 유효한 투자 전략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가격이 높은 시기에는 한 번에 몰아서 사기보다는 분할 매수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금값이 하락할 때마다 일정 금액씩 나눠서 투자하면 평균 매입 단가를 조절하면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포트폴리오의 5~10%를 안전자산인 금으로 보유하는 것이 적절하다. 금값이 단기적으로 변동하더라도 장기적인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값 상승이 투자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무조건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금 역시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가격 변동성이 존재하며 경제 회복 등의 변수가 생기면 조정이 올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금 투자는 단기적인 시세 차익보다는 장기적인 자산 배분 전략의 일부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은 언제나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안전자산이라고 해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금값이 높다고 해도 분할 매수를 통해 꾸준히 투자한다면 금은 여전히 유효한 자산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