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급 확대 주문에 가용 인력 140명 늘었다
건설사 57세부터···"오히려 현장 줄어 인력 조정"
![건설 현장 (사진=픽사베이)](/news/photo/202502/547827_300945_5616.jpg)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을 기존 만 57~58세에서 59세로 늦췄다. 매입임대주택 등 주택 공급 확대에서의 역할이 중요해짐에 따라 가용 인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을 상향한 것이다. 다만, 업황 악화로 건설 현장이 줄어든 민간 건설사들은 임금피크제 연령을 늦추기 보다는 인력 재배치나 감축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LH에 따르면 지난해 810명이었던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올해 560명으로 줄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LH는 올해부터 1·2급을 포함한 일반·별정 직원의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을 만 59세 이상으로 상향했다. 기존에는 1·2급 직원과 전문위원의 적용 연령이 만 57세, 3급 이하 일반·별정직원은 만 58세였다. 정년은 만 60세로 유지되며, 임금 감액률도 1·2급 직원과 전문위원은 30% 3급 이하 일반·별정직원은 20%로 동일하다.
LH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기존 인력의 주당 근무 시간이 약 9시간 단축돼 인력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가 부여한 주택 공급 등의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내부 가용 인력을 확보하고 근무 시간을 조정하는 차원에서 사규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LH는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의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따라 올해 신축 매입임대주택을 5만 가구 이상 매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수도권 지역본부의 매입임대 담당 인력을 87명에서 228명으로 증원한 데 이어, 올해도 272명을 추가로 충원한다.
공공기관 특성상 신규 인력 확충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LH는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을 늦추는 방식으로 기존 인력을 매입임대주택 등 주택 공급 사업에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이번 제도 변경을 통해 현장 가용 인력이 전년 대비 14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LH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을 상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변화가 민간 건설사들로 확대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서울파이낸스가 10대 건설사(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의 임금피크제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건설사가 만 57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정년은 만 60세다.
이 중 롯데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만 55세부터, DL이앤씨는 만 55~57세(개인별 인사 평가에 따라 상이)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성과급에 따른 임금 증액이나 감액 없이 만 58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올해 전체 정규직 직원 3600명 중 임금피크 대상자는 245명이다.
10대 건설사들은 현재 사규 변경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업황 악화로 건설 현장이 감소하면서 인력 감축이나 재배치를 추진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주택산업연구원의 '2025년 주택시장 전망' 자료를 보면 올해 준공 물량은 33만2000호로 예상되며, 이는 지난해 추정치인 44만호 대비 크게 감소한 수치다. 2017~2021년 평균 준공 물량(52만3000호)과 비교하면 더욱 감소 폭이 크다. 올해 예상 착공 물량은 30만호로 지난해 26만호보다는 증가하지만, 2017~2021년 평균(52만1000호)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건설업계는 고연차 직원이 많고 중간급 역할을 할 수 있는 '허리라인' 직원이 부족한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장이 많을 때는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맞지만, 현재는 사업장이 크게 줄면서 인력을 오히려 감축하는 추세"라며 "스태프 부서 인력을 줄이고 현장으로 배치하는 등 내부 인력을 재조정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건설업계의 인력 구조가 고연차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며 "신입사원을 채용하더라도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진 탓에 중간급 직원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관공서에서 정책이 정착된 이후에도 민간 기업에 변화가 미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건설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중간층 인력이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