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경기둔화 용인' 해석, '공포'에 투매
국채 금리 급락···'경기방어 성격' 은행주 '하락'
DJT 11%↓·코인베이스 17%↓···유가도 '반락'

[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뉴욕증시는 지난주말다 더한 폭락장을 연출했다.
역시 트럼프가 화근이었다. '오라가락' 관세정책에 이어 이번에는 '경기침체'를 불사하고라도 관세정책을 밀어 부치겠다는 의중을 가감없이 드러낸 것이 공포심리를 자극해 투매를 불렀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90.01포인트(2.08%) 내린 4만1911.71에 마쳐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았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55.64포인트(2.70%) 밀린 5614.56으로 지난해 12월 18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727.90포인트(4.00%) 급락한 1만7468.32를 기록해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 1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나스닥 지수는 5% 넘게 급락한 2022년 9월 13일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트럼프는 지난 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미국에 부를 다시 가져오는 매우 큰 일을 하는 것인 만큼 '과도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입버릇 처럼 달고 다니던 '황금기' 대신 난데없이 '과도기'를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는 증시가 최근 조정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최근 주가지수의 조정폭에 대해 "공정하게 말하면 '많이'는 아니다"라며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은 강한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고 우리는 옳은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은 미래를 위한 엄청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시에선 최근 조정으로 트럼프가 이른바 '트럼프 풋' 형식의 부양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던 터라 시장이 받는 충격은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침체가 임박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그런 것을 예상하는 것을 싫어한다'면서 "우리는 지장을 받을 것이지만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1분기 미국 경제가 성장하고 2분기에는 감세 등의 효과로 더 빠른 성장을 할 것"이라며 긴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공포심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 주식 강세론자로 유명한 에드 야데니는 약세장의 개시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야데니는 전날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세계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며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로 오르고 하루 뒤인 2월 20일에 약세장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가 집권 초기에 일종의 '빅 배스(big bath·위험 요인 일시 제거)'를 단행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1년 후에 재정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한 미국 소비자의 비율은 15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지난 2월 소비자기대 설문(SCE)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재정 상황이 다소 또는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27.4%로 집계됐다. 지난 2023년 11월의 28.7%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부각되면서 미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장 마감 무렵,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10bp가량 급락한 4.21%대에서 거래됐다. 지난 2월 13일 이후 최저치다.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10bp 떨어진 3.89%대에서 거래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6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50bp 인하될 가능성은 38.1%까지 치솟았다. 전날엔 26%였다.
이제, 투자자들은 12일 발표되는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가 오름세가 연방준비제도(Fed)의 목표치인 2%를 향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가 나와야 안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인공지능(AI) 테마를 주도하며 2022년 말부터 뉴욕 증시 상승 흐름을 이끌었던 M7(빅테크 7개 종목)은 급락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특히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행보가 수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테슬의 주가는 15.42% 폭락헸다.
지난해 12월 17일 기록한 마감가 기준 사상 최고치 479.86달러에 비해 53.7%나 떨어졌다.
엔비디아는 100달러 선이 위협받았다.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어서 지금이 매수 기회라는 애널리스트들의 평가가 높지만 투자자들은 패닉 속에 엔비디아의 주가도 5.06% 급락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지난해 지분을 절반으로 축소한 시가총액 1위 업체 애플도 4.84%나 떨어졌다.
알파벳은 4.48%, 메타플랫폼스는 4.42%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가 각각 3.34%, 2.36%하락해 그나마 선방했다.
경기방어주 성격이 강한 금융주도 트럼프의 '말폭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경기둔화 시기에 실적이 악화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4.15% 밀렸고 웰스파고도 6% 넘게 떨어졌다.
모건스탠리는 6.37%, 골드만삭스는 5.0%,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3.79%, 씨티그룹은 4.32% 미끄러졌다.
골드만삭스도 28.00달러(5.00%) 폭락한 531.66달러로 주저앉았다.
또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모기업인 트럼프미디어(DJT)도 11.46% 폭락했다.
트럼프미디어는 트럼프가 취임한 뒤 주가가 반 토막 났다. 그가 미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직전 마감가인 1월 17일 기록한 40.03달러에 비해 50.2% 폭락했다.
극도의 위험회피 심리 확산으로 비트코인도 7만8천달러선까지 후퇴하면서 관련주도 된서리를 맞았다.
코인베이스의 주는 17.58% 폭락했다.
한편, 지난 7일까지 이틀을 내리 올랐던 국제유가도 다시 떨어졌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5월 인도분이 전장 대비 1.08달러(1.53%) 하락한 배럴당 69.2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월 물이 1.01달러(1.51%) 내린 배럴당 66.03달러를 기록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