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가치 상승·순환출자 해소, 지배구조 개선 가능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로봇제조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안에 생산공장 시범운용을 거쳐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연산 700만대 이상의 탄탄한 완성차 수요를 기반으로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확보한 정의선 회장의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선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근 AI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생산 자동화를 구현하고자 카메라 센서와 AI 솔루션을 활용한 시퀀싱 기술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부품을 구분하고 무게를 고려하는 최적의 작업 순서를 자동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어두운 제조 환경에서도 비정형 부품을 인식·운반하며, 문제 발생 시 이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학습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연말까지 기술 완성도를 높여 현대차그룹 국내외 생산공장에서 시범운용을 진행하고, 이후 3년 간의 양산 준비 과정을 거쳐 2028년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러한 계획이 차질 없이 이루어질 경우 연산 700만대 이상의 완성차 생산 능력과 수많은 부품 자회사 및 협력사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제조능력·밸류체인은 AI 휴머노이드 로봇의 강력한 테스트베드이자 수요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은 완성차 조립품질 개선 요소로 작용할 뿐 아니라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센서, 액추에이터 등 여러 부품 성능을 고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지속적인 구매·투자를 통한 기술 경쟁력, 원가 경쟁력 강화를 실현하면서 궁극적으로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및 전 세계적인 AI 휴머노이드 시장 성장 추세 등을 고려했을 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현 기업가치를 최소 4조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그룹 차원의 지원과 AI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개화를 감안하면 기업가치는 매년 상승할 것"이라며 "8년 뒤인 2032년에는 최대 20조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처럼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정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 및 지배구조 개선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와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출자고리를 해소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보스턴다이내믹스 보유 지분 가치 상승을 통한 현대모비스에 대한 기아(17.7%) 및 현대제철(5.9%) 지분을 최소 5조5000억원에 인수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정 회장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율은 21.9%다. 기업가치가 4조원일 때 9000억원, 10조원일 때 2조2000억원, 20조원일 때 4조4000억원의 가치를 보유하게 된다.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거나 주식담보 대출을 활용하더라도 절반 이상의 가용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11.0%를 보유한 업체가 현대글로비스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0.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송 연구원은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 가치 상승은 정 회장의 직접 지분뿐 아니라,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현대글로비스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는 가용 현금 증가로 이어져 정 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 강화 및 지배구조 개선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