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지급결제망 가입, ‘찻잔 속 태풍’
증권사 지급결제망 가입, ‘찻잔 속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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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가입사들 “가입비 부담 커, 주력사업에 더 집중”
결제망 구축 뒤 신상품 개발·업무영역 파괴에 나서야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금융결제원의 지급결제망 가입을 놓고 증권사들이 득실계산에 한창이다. 가입신청을 한 25개 증권사들은 지로·CD/ATM·타행환·전자금융·CMS공동망·PG 등 6개 업무 전부 혹은 일부를 신청한 상태다. 각 사별로 신청 업무가 다르기 때문에 지급결제망 구축 이후의 효과를 예측하는 것도 모두 제각각이다.

가입 신청을 하지 않은 소형 증권사들은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가입 신청을 할 수 있다며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지급결제망 가입보다는 우선 강점 분야에 더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M&A 촉진은 ‘시기상조’
지급결제망 가입이 증권업계 재편을 촉진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 대부분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급결제망 가입금을 높게 책정한 것이 가입사와 비가입사간의 격차를 벌려 증권사간 M&A를 촉진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교보증권 임승주 연구원은 “25개사면 거의 모든 증권사가 가입했다고 봐야 한다”며 “고객들이 편의에 의해서 대형사로 몰릴 가능성은 있지만, 지급결제망 자체가 증권사간 격차를 벌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급결제망 구축을 통해 증권사들이 신상품 개발과 업무 영역 허물기에 나서야지 그 자체로만은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임 연구위원은 “이번에 참여하지 않은 증권사들도 지급결제망과 관계없는 다른 업무를 특화시켜 나간다면 굳이 가입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대형사들이 거두는 효과를 살펴본 뒤에 가입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동양종금증권 최종원 연구원은 “소형사들은 이미 은행으로부터 가상계좌를 부여받아 CMA 계좌를 개설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더욱이 소형사는 지급결제망에 가입한 대형사의 계좌를 빌려서 사용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소형사, 현재 가상계좌만으로도 충분
지급결제망 신청을 하지 않은 증권사로는 유화·한양·KB투자·푸르덴셜·KTB투자·IBK투자증권 등이 있다. 대부분 가입비가 너무 많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KTB투자증권은 리테일 사업을 거의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입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KTB는 기업금융과 PF(사모펀드) 운영 등에 주력하고 있으며, 국민은행의 가상계좌를 이용하고 있다. KTB 관계자는 “추후에도 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역시 자산관리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지급결제망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푸르덴셜 관계자는 “타깃 고객층이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추가적인 기회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고객수가 아직 많지 않기 때문에 가입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유화증권과 한양증권의 경우 가입비가 너무 비싼 반면, 점포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소형 증권사들이 이처럼 지급결제망 가입을 기피하는 것은 은행으로부터 부여받는 가상화 계좌의 수수료 부담이 크지 않은 측면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은행과의 협약에 따라 수수료율을 밝힐 수는 없지만, 그 액수는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에 지급되는 수수료가 일괄 정산되기 때문에 그것이 가상계좌 때문인지 다른 수수료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며 “고객의 사용실적에 따라 사용 수수료가 아예 면제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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