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금융권 '인재 전쟁'
유럽 금융권 '인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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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로 전 세계 금융권이 고전하고 있지만, 유럽 금융계에서는 대규모의 '인재 채용 작전'이 진행 중이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금융위기의 폭풍을 잘 견뎌낸 유럽의 은행들이 금융위기를 재능있는 인재를 스카우트할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진 이후 도이체방크, 크레디트스위스, 로스차일드 같은 은행들은 유럽에서 채권.주식시장부터 기업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투자은행의 전 부문에 걸쳐 꾸준히 고위급 핵심 인재를 채용해왔다.

지난 9월 이후 로스차일드는 9명, 크레디트스위스는 6명, 도이체방크는 12명의 고위급 핵심인재를 영입했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휴 반 스티니스는 "세가 꺾이거나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이 고전하는 동안 자기확신으로 무장한 은행들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며 "핵심 인재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경기가 호황이었다면 몸값이 매우 높았을 만한 인재들을 꾀어내는 한편, 아예 한 부서 전체를 통째로 스카우트하기도 한다.

도이체방크는 지난달에만 12명의 메릴린치 사람들을 데려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된 메릴린치로서는 인재들까지 빼앗기니 참담할 노릇이다.

메릴린치는 유럽에서만 16명의 핵심 인재들을 다른 은행들에 뺏겼다.

신용평가기관 피치의 설립자인 앤 피치는 "지난 호황기에는 금융시장에 범재(凡材)가 넘쳐나도 괜찮았지만, 불경기가 닥치면서 한층 높은 기준의 검증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현재 은행들 사이에서는 분명한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미국의 금융기관 일부가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해 한바탕 회오리바람을 일으켰지만, 유럽 투자은행들은 인재 채용을 위해서라면 높은 수준의 보너스를 줄 용의가 있다.

유럽의 헤드헌팅 회사 암스트롱 인터내셔널의 매튜 오스본 이사는 "은행들이 경쟁사의 주요 핵심 인재를 빼오기 위해 언제든지 충분한 보너스를 지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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