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車산업..업체들 생존 위협
요동치는 車산업..업체들 생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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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3' 가장 큰 타격, 유럽.아시아도 위기
사상 최대 불황, 판매급감-구조조정 불가피

자동차 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2007년 상반기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1920년대 대공황과 비견되는 전 세계적인 불황을 몰고 오자 자동차 산업은 곧장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확산됐고 자동차 판매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2008년 5월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10월 이후 감소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전년과 비교해 올 1월은 23.5%, 2월은 23.2%, 3월엔 17.8%가 빠졌다.

이 정도면 업계 전체가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어느 메이커도 경영실적 악화라는 재난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빅3'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원지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타격이 가장 컸다.

크라이슬러는 미 정부와 채권단 간 채무조정 협상이 결렬되면서 이미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수년전만해도 세계 1위 업체였던 GM의 파산보호도 임박했다. 두 회사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크라이슬러는 그 동안 경기침체에 따른 차 판매 급감과 금융위기로 인한 신용경색으로 자력회생이 불가능해지자 미 정부로부터 4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고 감원과 비용절감, 피아트와의 제휴 등 강력한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2007년부터 2년 간 3만2천명을 감원했고 지난 2월 정부에 제출한 자구책을 통해 추가 3천명 감원 계획을 세웠지만 결국 채권단과 채무조정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지난달 30일 파산을 선언했다.

GM의 추락은 더욱 충격적이다. GM의 지난해 자동차 부문 매출액은 1천477억 달러로 전년 대비 16.8% 감소했으며, 세전 손익은 104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1분기에는 6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매출은 작년보다 무려 47%나 급감한 224억 달러를 기록했다. 현금 보유량은 작년 말 142억 달러에서 116억 달러로 떨어졌다.

GM은 파산보호 신청 뒤 '굿 컴퍼니'로만 구성된 '뉴 GM'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보이지만 앞길은 순탄치 않다.

포드는 그나마 빅3의 다른 2개 업체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갈수록 악화되는 자동차 시장 상황에서 미래는 불투명하다.

올해 1분기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이들 빅3의 시장 점유율은 이미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유럽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다임러 그룹은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7.2% 감소했으며, BMW그룹도 26.4%나 줄어들었다.

세계 1위의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요타는 지난 3월까지였던 2008년 회계연도에서 사상 최대 수준인 4천369억엔의 순손실을 기록, 충격에 빠졌다.

이처럼 대부분의 자동차 업체들이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미국을 위시한 선진 자동차 시장은 최악의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4월까지 미국 시장의 자동차 판매량은 302만대로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서유럽의 4월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2.3% 줄었다.

전망치도 하향조정되고 있다. 최근 자동차시장 분석기관 JD파워 앤드 어소시에이츠는 올해 미국 신차판매가 기존 전망치보다 40만대 적은 1천만대에 그쳐 30여년만에 최저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시장의 성장엔진이던 중국과 인도 시장의 판매도 2010년 이후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나 과거와 같은 10% 이상의 고성장은 불가능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시장이 2007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최소한 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몰아친 '빅뱅'에 맞서 메이커들은 공장폐쇄, 감원 등 앞다퉈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GM은 지난 4월 미국 내 16개 공장을 없애고, 4만명 가량의 감원 계획을 골자로 한 고강도구조조정 계획안을 발표했다.

6천개 이상의 딜러 중 40%에 이르는 2천600여개의 딜러를 감축하고, 허머, 샤브, 새턴, 폰티악 등 일부 브랜드를 매각 또는 폐기, 브랜드를 정리하는 것이 골자다.

GM은 2011년부터 중국에서 생산되는 소형자동차를 자국으로 수입해 판매할 계획도 갖고 있고 중국산은 물론 한국, 멕시코 등에서도 생산된 자동차를 수입해 생산비를 절감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포드는 최근 5억5천만 달러를 투자해 소형상용차 중심으로 생산해 온 미시간 주 웨인 공장을 친환경 소형차 생산라인으로 전면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멕시코 공장을 픽업트럭 전용공장에서 소형차 전용 생산이 가능한 라인으로 변경 중이며, 조만간 켄터키 공장도 소형상용에서 소형차 중심 라인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크라이슬러는 파산보호 신청 이후 딜러의 25% 가량을 정리할 계획이며, 자산 매각과 함께 피아트와의 제휴절차도 진행 중이다.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도요타는 고위 임원 40%를 물갈이하고 북미 사업을 재조정하는 등 대대적인 경영 쇄신에 돌입하는 한편 연내 비정규직 및 정규직 직원에 대한 감원도 단행할 계획이다.

혼다는 비용 절감을 위해 비행기 제조 계획을 축소하고, 미국에서 처음으로 자발적인 퇴직을 제안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업체들도 생존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내수 판매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지난 1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면치 못했다.

현대차의 올 1분기 전체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28.6%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70.9%나 급락, 2000년 이후 1분기 기준으로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동률 하락과 재고 처리 및 마케팅 비용의 증가로 영업이익률도 2.5%로 하락, 지난해 1분기 6.5%에 비해 4%포인트나 떨어졌다.

쌍용차와 GM대우는 이미 구조조정을 개시했다. 쌍용차는 지난달 전년 대비 30% 수준의 생산, 전체 인력의 36%인 2천700명 감원 계획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 계획안을 발표했으며, GM대우는 라인별 휴업 실시와 사무직 10% 임금 삭감을 시행하고 있다.

소용돌이치는 업계에서 이제 메이커간 경쟁은 '사활을 건 싸움'이라 할 수 있다.

각 업체들이 당장은 생존을 위한, 멀게는 미래에 대비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불황과 침체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주저앉게 될 운명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생산 현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내실을 강화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이고 시장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생산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경쟁업체들의 경쟁력 회복과 원화 강세로 인한 소형차 경쟁 격화와 급격한 환율 변동 등 최악의 상황에서도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 체제가 시급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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