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실탄 장전 'KB금융', 어디로 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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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1조원 규모 유증..."용도는 인수합병 자금"

"은행보다는 증권사"...현대·대우증권 인수설 '술렁'

[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증권가에 M&A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근원지는 KB금융지주.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비은행권 금융사와의 인수합병 의지를 본격 타진한데 따른 것. 특히 최근 KB금융이 당초 예상보다 적은 1조원 가량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히면서, KB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보다는 증권사 인수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일 KB금융은 이사회를 개최하고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B지주는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3000만주의 신주 발행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3000만주는 총 발행주식수(3억5600만주)의 8.41%에 해당되는 규모이다.

9일 종가(4만5750원)에 25%의 할인율을 적용할 경우 총 발행금액은 약 1조280억원으로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액수보다 1조원 가량 줄어들었다.

KB금융은 이번 유산증자를 통해 마련된 자금을 M&A에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은행과 비은행의 포트폴리오가 96대 4로 은행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이다.

황 회장은 취임 초부터 KB금융은 이 같은 사업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집중적으로 비은행 부문을 키운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실제로, 황 회장은 지난 2월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KB투자증권과 KB자산운용, KB생명, KB선물 등 8명의 비은행 부문 최고경영자(CEO)들과 비은행 경영협의회를 열고 각 계열사별 경영과 상품,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논의를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황 회장의 이같은 행보가 은행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비은행 부분을 성장시킴으로써 KB금융 내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즉, 황 회장의 의중엔 비은행 부분의 규모를 가장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는 M&A에 대한 관심으로 꽉 차 있을 것이라는 것. 강정원 국민은행장과의 힘의 역학관계 측면에서보더라도 이는 설득력이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황 회장과 강 행장은 국민은행을 축으로 놓고보면, 두 사람 모두 '적자'는 아니라는 관점도 담겨 있어 보인다.     

아무튼, 지난해 3월 KB금융은 한누리투자증권을 인수한 후 KB투자증권이라는 이름으로 증권사를 출범시키고 인력을 두배로 늘리는 등 자체적으로 볼륨 키우기에 나섰지만, 인수 증권사의 규모가 워낙 작아 여전히 한계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KB금융 관계자 역시 "한누리투자증권을 인수했지만 점포가 없는 증권사라는 점에서 한계를 느낀다"며 "추가적으로 증권사를 인수 할 경우 작은 증권사는 메리트가 없다는 판단이며, 대형증권사 인수가 필수적이다"라고 밝혔다.

결국,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총알'을 확보한 KB금융이 쏘게 될 M&A대상은 증권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고 인수대상 증권사는 대우증권이나 현대증권같은 대형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같은 관전 포인트에 대한 증권업계의 반응은 냉소적이리만큼 부정적이다. 현대증권과 대우증권 측은 M&A설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증권은 현대그룹 측에서 매각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나섰고, 산업은행 역시 대우증권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대표적인 금융공기업이라는 점에서, 대우증권의 진로는 산업은행만의 '의사'보다는 정부당국의 '큰 그림'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더 높다. 같은 맥락에서 MB정권들어 금융계 실세중 한 명으로 황 회장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대우증권이 'KB국민'의 일원이 되는 것이 요원한 일만은 아닐수도 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대우증권 역시 매각과 관련해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오는 9월 산은에서 분리된 정책금융공사의 자금이 부족할 경우 대우증권이 자금 마련을 위한 '매물'이 될 수 있다는 것. 정책금융공사의 자금이 부족할 경우 산은지주사에서 이를 보충해야 하는데, 계열사 중 한 곳을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견해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현대증권이 타깃이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현대그룹의 경우 다른 대기업들도 비슷한 처지이지만, 최근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현대증권의 매각설이 단순한 '소문'에만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현대그룹은 경영악화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 매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해오고 있어 현대건설 매입자금 마련을 위해 현대증권을 매각할 수 있다는 있다는 관측이 흘러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현대증권은 현대그룹의 판단을 근거로 현대건설 지분 매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은 지난달 24일 현대건설지분 5만여주를 매입했으며, 이어 그 다음날인 25일에도 1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는, KB금융이 대형 증권사 인수가 어려울 경우 중소형 증권사 인수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선책인 셈이다. 

이와관련, 교보증권, 동부증권 등도 인수 대상 증권사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교보증권의 경우 KB증권이 인수의사를 갖고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보생명 역시 교보증권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KB금융도 교보증권 인수설을 부인하고 있다.

동부증권의 경우 동부그룹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인수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동부그룹이 '동부메탈' 매각만으로 여의치 않을 경우우 동부증권까지 매각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예측이다.

하지만, 동부그룹 측은 "동부그룹이 금융그룹을 지향하는 만큼 금융 쪽을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동부증권을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M&A의 경우 무성한 소문만큼 실제로 거래가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며 "M&A시장의 특성상 매각의사가 있어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금융권의 M&A가 가시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몇몇 금융회사들이 M&A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KB금융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적은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하고 증권사 인수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며 "당분간 M&A가 증권가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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