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銀, '미운털 벗기'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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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 청와대 방문에 뒷말 무성
SC제일銀, 당국과 '코드맞추기'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국내 금융시장에서 번번히 '나홀로' 행보로 일관해 오며 금융권에서는 물론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톡톡히 박혔던 외국계 은행들이 정부를 상대로 잇따라 화해의 제스쳐를 보내고 있어 그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HSBC는 최근 청와대를 전격 방문해 비공개 면담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SC제일은행은 금융당국의 정책에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다.

■외환銀 인수 포석?
최근 은행권에 따르면 HSBC그룹의 게이건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15일 청와대를 예방해 이명박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금융권의 비상한 관심을 이끌어 냈다.

일각에서는 게이건 CEO의 청와대 방문이 외환은행 인수 재추진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 정권이 외국계 자본에 대해 우호적이라는 점을 감안한 이유있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HSBC는 지난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 51%(약 6조원)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지만, 금융위기로 인한 주가하락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한 바 있다. 앞서 HSBC는 1998년 제일은행, 1999년 서울은행, 2003년 한미은행, 2005 제일은행 인수전 등에 참여했다가 막판에 인수를 포기해 '글로벌 은행'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행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HSBC는 그러나 지난해 외환은행 인수에서 발을 뺀 이후에도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의지는 여전하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 왔다. 결국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미련이 여전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HSBC에게 외환은행 인수는 한국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우리·산업·기업은행 등 매각 가능성마저 불투명한 정부 소유 은행을 제외하면 은행권의 실질적인 매물은 외환은행 뿐이다.

한 때 한국씨티은행의 매각 가능성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올 들어 금융불안이 상당폭 완화되면서 매각설이 수면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적인 해빙기에 들어서면서 은행간 M&A(인수합병) 이슈가 재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민은행과 농협, 산업은행 등이 잇따라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면서 신경전 양상으로 번지자 HSBC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여론몰이보다는 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물밑접촉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HSBC가 또다시 외환은행 인수전에 나설 경우 여론의 비판에 직면 할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인수의사를 밝히기는 힘들 것"이라며 "만약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힌다면 그 때는 이미 론스타 및 정부와 의견조율이 마무리지어진 이후일 것"이라고 말했다.

■SC제일 '녹색금융 캠페인'
영업시간 변경 불가, 민간 배드뱅크 불참 등 국내 시중은행들과 번번히 마찰을 빚어왔던 SC제일은행이 최근 정부와 '코드 맞추기'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이달 초부터 녹색금융을 주제로 한 광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광고 소재는 지난해 11월 설립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신안 동양태양광발전소의 금융지원 사례로 SC제일은행이 발전소 설립금액의 75%(1400억원)을 지원했다.

SC제일은행은 "이번 광고는 브랜드 광고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 1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인 ‘새로운 가능성(New Possibilities)’을 주제로 본격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SC제일은행의 최근 행보에 대해 정부와 '코드 맞추기' 차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대다수 시중은행들 역시 녹색금융 관련 대출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지만, 별도의 광고 캠페인은 진행하고 있지 않다. SC제일은행이 녹색금융 지원을 계기로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저신용자 및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해 달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줄곧 소극적으로 대응해 오면서 '미운털'이 박힌 상황이다. 때문에 당국 역시 외국계 은행의 '꺾기' 등 불법대출 관행에 대해 예의주시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실제 지난 6월말 현재 SC제일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조5000억원으로 국민(64조원), 우리(59조원), 신한(53조원)에 한참 못미친다. 또 다른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9조7000억원)에 비해서도 실적이 떨어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한두건의 대출실적을 내세워 기존 외국계 은행의 '나홀로' 이미지를 벗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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