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막 내린 보너스 잔치…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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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성과급 3년간 분할 지급

명확한 경영평가 시스템 '시급'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올해부터 금융회사 경영진의 성과급이 3년 이상에 걸쳐 나눠 지급된다. 금융당국이 단기성과에 집착한 과당경쟁과 무리한 투자에 따른 폐단을 줄이기 위한 시행한 조치.

하지만 관계자들은 위험과 성과를 연계시킬 수 있는 객관화된 경영평가 시스템을 갖추기 전에는 이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보험협회 등과 함께 금융사 CEO와 임원들의 보너스를 3년에 걸쳐 분할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을 만들었다.

모범 규준을 보면 금융회사 경영진과 투자금융, 유가증권 운용 등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성과급 중 40~60%만 먼저 받고 나머지는 3년 이상에 걸쳐 분할 지급된다. 또한 성과급의 50% 이상은 주식이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등으로 줘 장기 성과와 연동시키도록 했다.

이에 해당되는 총 41개 금융사 중 증권사로는 우리투자증권과 동양종금증권, 대우증권, 삼성증권 등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10곳이 속한다. 앞으로 증권사 투자은행(IB)업무 및 주식·채권·파생상품 트레이딩 담당자 등에게 중장기적인 경영성과를 유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영위하는 업무에는 적합하지 않아, 그 실효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 중소형증권사 담당임원은 "사업부마다 손익구조가 나타나는 시기가 달라, 공정한 평가이익을 내기 어려울 수 있다"며 "IB나 트레이딩 업무는 3년이 지나도 정확한 추산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같은 금융권안에서도 파트별로 차등적 지급이 되는 성과급 방안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현재 지급되는 성과급 기준 시점이 과거 경영진의 의사결정과 중복될 수 있어, 또 다른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할 수는 없다는 점은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장기간에 걸쳐 성과가 나타나는 펀드와 같은 상품은 차후 평가가 엇갈릴 소지가 농후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7월 모 대형증권사 트레이딩 사업부장은 2년에 걸쳐 40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받아 세간의 화제가 됐다. 당시 증권사측은 자산운용사업본부에 12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내, 정당한 방법으로 40억원을 지급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지주사 계열사인 증권사 임원에게 너무 많은 보너스를 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 임원은 곧 타 증권사로 자리를 옮겨 '먹튀'논란이 제기됐다.

또한 보너스가 지급되는 최고경영자(CEO)와 고위 임원들은 계약직이 대부분이어서, 이번 제도로 장기적인 평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금융사의 임원들은 계약직이 많아 이직이 많은 편인데, 장기적 플랜에 따른 성과를 유도하는 이번 제도로 오랫동안 회사에 머물게 되면 고용보장이 가능할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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