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우려 증폭, 정부의 '안일한 인식' 탓?
가계부채 우려 증폭, 정부의 '안일한 인식'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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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총재 "우리 경제에 큰 짐"
규제강화 불구 대출 증가세 지속
"금리인상 전망 가장 후퇴한 국가"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역설하면서 본격적인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시장 안팎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근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가계부채가 더 큰 문제"라며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의 큰 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특히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지나치게 안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금리인상 시점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이달초 금통위에서 금리동결 결정을 내리며 '경기회복세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펴겠다'는 말과도 상반된다. 이 때문에 당초 빨라야 올 하반기로 예상됐던 금리인상 시점이 오는 3월로 대폭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한은과 정부와의 인식차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일단 정부 역시 가계부채의 심각성에는 이견이 없다. 지난해 이후 향후에도 LTV, DTI 등의 규제를 유지하거나 문제가 생길 경우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비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날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금융시장 유동성 환수, 일시적 풀었던 대출 만기 등 출구전략이 이미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광의의 '출구전략'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금리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와 한은의 견해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금리인상 문제를 놓고 번번이 마찰을 빚었었다.

한은은 금리인상 시그널을 선제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가계대출의 증가세를 막아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기획재정부는 금리인상이 가져올 연쇄적인 파급효과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보고서에서 금리가 1%p 상승할 경우 기업과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6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한은의 우려처럼 부채 증가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부채의 현 증가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경우 향후 수년대 더 큰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실제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46조7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31조원 가까이 늘었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003년말 322조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평균 30조원 이상 불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이 대폭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폭이 거의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정부 규제는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를 제약하는 수단일 뿐, 지속된 저금리 기조가 부채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태도도 부채확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경기부양 및 출구전략에 대한 국제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줬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물론 일부 해외 언론들도 한국 정부의 금리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세계에서 한국만큼 금리 인상 전망이 후퇴한 국가는 없다"며 "금리 인상이 경제에 파급을 미치려면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인상에 나서는 것이 현명(prudent)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은에 대한 열석발언권 행사와 관련해서는 한은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절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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