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토목 정권의 한계
건설·토목 정권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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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각한 상태에 이른 미분양 아파트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기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얘기가 하필 재보선을 앞둔 시점에 나오더니 정부`여당 내부에서마저 찬`반 양론이 맞붙는 양상이다. 찬`반 논쟁의 바탕에는 서로 공감할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의 집값이 충분히 내려간 것이냐 여부를 둘러싼 견해의 차이가 존재한다.

어떻든 기획재정부는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고 수도권의 DTI 규제비율을 현행보다 5~10%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규제 완화를 원하는 쪽의 생각이다. 주택담보대출 인정비율(LTV) 만으로도 충분한 규제 효과가 있으니 DTI 규제 비율은 현행보다 20% 이상 높여도 된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이들은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한 거래 부진 때문에 가계대출 상환이 어렵다며 DTI 규제로 집값 하락이 지속되면 최악의 경우 금융의 동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현재 미분양이 적체되고 분양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전국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이 위기를 겪음으로 인해 금융권과 건설사의 동반 부실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가계와 은행 사이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겁을 준다. 따라서 이들은 금융건전성 보다 시장 정상화를 먼저 생각하라고 요구한다.

한편 현재의 비율을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이들은 DTI 규제를 완화할 경우 가계와 금융의 동반 부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걱정을 한다. 이미 가계부채 증가의 정도가 우려할만한 수준에 이른 마당에 DTI 규제를 풀면 채무상환능력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된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규모는 2002년부터 2009년 사이에 377조원이 늘었고 가계의 채무상환능력도 악화일로를 치달았다. 따라서 가계소득 증가 없이 DTI 규제 완화로 부동산 경기를 회복시키려 할 경우 가계부채 증가->부동산 거품 붕괴->금융부실->제 2의 금융위기 발생이라는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DTI 규제 완화로 미분양 아파트 문제가 해결된다는 확신만 있다면 정부는 당장 규제를 푸는 쪽으로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가처분소득의 실질적 감소 상황에서 대출 규제가 풀린다고 실 구매자들의 아파트 매입이 가능해지지 않는다.

처음 DTI 규제 완화를 공식 거론하고 나선 한나라당 백성운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보금자리 주택의 가격이 주변 시세의 50~75% 수준이라는데도 불구하고 강남 3구를 제외한 지역의 보금자리 주택 청약률은 매우 부진했다. 또한 주택 구입자나 보유자들이 DTI 규제비율의 절반 수준에서 대출을 유지하고 있어 DTI 규제 완화의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다시 대출이 늘어난다면 그건 결국 대량 투기자금으로 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양쪽의 주장과 논리가 어떻든 경기부양 차원에서 묶어뒀던 금리도 일단 한차례 올렸고 하반기 중 다시 오를 가능성도 높은 마당인데 DTI 규제를 완화해서 정부 뜻대로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면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가계부채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가 워낙 바닥을 보이는 터라 어떻게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택보유 가계의 불만이나 주택건설업체들의 곤경도 외면하기는 어렵겠지만 정권 차원에서 계획해온 각종 공모형 PF 사업 역시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니 문제가 심각한 것 또한 사실이니까.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이런 고민 못지않게 각 지자체들이 벌이는 무분별한 민자사업 규모가 26조원에 달해 지자체들의 발목을 묶어놓고 있으니 이 또한 외면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대부분 최소운영수익 보장 조건을 달고 추진해온 이들 민자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질 경우 지자체들의 재정압박 부담이 매우 심각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초 턱없이 부풀려진 예상 수익을 토대로 추진돼 온 이들 사업은 지난 선거 결과 지자체장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일부에서 이미 재검토 얘기가 나오고 있어 앞으로 그 파장은 더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권의 요구에 맞장구치듯 벌여온 사업들이 지방정부의 재정파탄에 이은 국가적 재정파탄 위기를 몰고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는 건설`토목사업을 경기 회복의 만병통치약인양 남용한 결과다. 이런 터에 다시 DTI 규제완화로 부동산 거품까지 일 경우에는 회복불능의 국가적 재앙마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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