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막고 삭제·허위"…삼성電 '조사 방해' 百態
"가로막고 삭제·허위"…삼성電 '조사 방해' 百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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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온라인속보팀]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밝힌 삼성전자의 조사활동 방해 실태를 보면 이게 과연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에서 벌어진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할 정도다. 매우 조직적이고 치밀하다.

사전시나리오에 따라 건물 용역업체가 회사문 앞에서 조사요원들을 가로막은 사이에 회사 직원들은 개인용컴퓨터(PC)에 담긴 자료를 삭제하거나 허위자료를 공정위에 넘기는 수법을 동원했고, 이같은 증거인멸 노력은 내부 보고문서, 폐쇄회로(CC)TV, 임원 간 이메일 등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더구나, 삼성전자의 조사방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두 번이나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다 과태료를 부과받은 전과가 있다. 

연합뉴스가 작년 3월 24일 삼성전자 휴대전화 수원사업장에서 일어났던 삼성전자의 조사 방해를 분야별로 재구성한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철저한 입구 봉쇄…자료 폐기 위한 시간 벌기

공정위 직원들은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유통과 관련해 가격을 부풀린 혐의를 잡고 지난해 3월 24일 오후 2시20분 수원사업장에 예고 없이 들이닥쳤다. 관련 담당자들의 서류, PC 등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보안담당 용역업체인 휴먼ㆍ에스원 직원 11명에 의해 진입이 차단됐다.

삼성전자 보안담당과 용역업체 직원들은 조사 공무원들이 신분을 밝혔음에도 사전약속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입을 불허했다.

50분간 몸싸움까지 벌여가며 실랑이를 하던 조사요원들은 이들의 제지를 피해 오후 3시10분에야 조사 대상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무실에는 직원 김모씨 혼자만 있었다. 핵심 자료가 들어 있던 PC 3대는 2시40분에서 3시 사이에 텅빈 PC로 교체된 상태였다.

공정위가 입수한 당시 보안담당 용역업체 내부 보고문서를 보면 용역업체 주임은 전화로 직원들에게 출입지연을 지시하고 사무실 중문을 폐쇄했다.

삼성전자 내부보고 이메일에서도 '지원팀장 지시로 PC를 공 PC로 교체했다'는 문구가 발견됐다. 오후 2시51분 CCTV에 찍힌 영상에는 직원들이 서류를 폐기하고 책상 서랍장을 이동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담겼다.

삼성전자 보안담당 부서인 정보보호그룹은 이틀 뒤인 26일 그룹장 정모씨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에스원과 휴면 직원들이 대처를 잘했다. 정보보호그룹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상부가 조사 방해에 개입한 정황이다.

◇ 일단 피하는게 상책

삼성전자는 이 사건 이후 어이없게도 국가기관을 상대로 한 보안규정을 강화했다.

조사공무원이 방문해도 사전연락이 없으면 정문에서부터 차가 못 들어오게 하고 ▲바리케이드 설치 ▲주요 파일에 대해 대외비 지정 및 영구삭제 ▲자료는 서버로 집중할 것 등이 보안규정의 골자다.

삼성전자의 조사방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무선사업부의 부서장인 김 모 상무는 사건 당시 수원사업장에 있었음에도 조사 공무원의 전화에 '서울 본사에 출장 중이다'라며 조사를 거부했다.

이는 자체 수립된 사전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가 찾아낸 내부 보고문서에는 '사전시나리오대로 김 상무는 서울 출장 중인 것으로 응대하고 조사관의 의도를 명확히 확인 후 다음날에 조사에 응하라'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상무가 부사장에게 보고한 이메일에도 이 내용이 담긴 것으로 미뤄볼 때 김 상무 윗선도 공정위의 조사 방해에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조사공무원들이 조사가 더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철수하자 부서장은 숨겨뒀던 PC를 가져와 파일삭제프로그램으로 조사대상 자료를 모두 없앴다.

김 상무는 훗날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자 갤럭시 탭의 가격정책, SK텔레콤 관련 파일을 삭제했음을 시인했다.

◇ 허위자료 제출로 `눈속임'

삼성전자의 조직적인 방해로 허탕을 친 공정위는 이후 사건정황 파악에 나섰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허위자료 제출로 또 한 번 공정위를 눈속임하려 시도했다.

삼성전자는 조사공무원의 출입지연 사유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부서가 속한 건물의 출입기록을 공정위가 요청하자 7월 11일부터 두 차례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삼성전자는 당시 PC교체를 수행한 직원 이 모 씨의 이름이 삭제된 허위 출입기록을 제출했다.

삼성그룹의 조사방해는 이번만이 아니다. 1998년부터 작년까지 공정위가 주요 조사방해 행위와 관련해 과태료를 부과한 15건 중 5건이 삼성계열사에서 일어났다.

1998년에는 삼성자동차와 임직원의 조사거부 및 방해(과태료 1억2천만원)가 있었고 2003년은 삼성카드가 허위보고, 허위자료 제출(2천만원)을 했다.

2005년은 삼성토탈 직원의 조사 방해(1억8천500만원)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2005년과 2008년 조사 방해로 5천만원, 4천만원의 과태료를 각각 부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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