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윤호기자]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율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가 극적인 합의도출에 성공했지만, 수수료율 변경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내년 2월과 3월 각각 재협상을 앞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고민이 깊어졌다.
◇복합할부 1.5% 합의…수수료인하 압박 확산 우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KB카드와 현대차는 1.85% 수준인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율을 1.5%로 조정하면서 가맹점 계약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계약은 KB카드와 현대차 간 별도 합의가 없는 한 1년간 갱신되며, 향후 수수료율 전반에 변동이 생길 경우 재협의 할 수 있다. 복합할부금융이 아닌 일반 매출에 대해서는 현행 신용카드 1.85%, 체크카드 1.5% 수수료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KB카드 관계자는 "고객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법의 테두리를 넘지 않는 선에서 소비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고객들에게 깊은 우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갈등은 일단락 된 모습이지만, 카드업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내년 2월과 3월 재협상을 앞둔 신한·삼성카드부터 현대차와의 재협상에 대비해야 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2년 개정한 여전법의 본래 취지는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을 현실화해서 영세 중소가맹점을 지원하는 구조인데 이런 선례를 남기면 유통, 정유, 보험, 항공 등의 가맹점들도 너도 할 것 없이 인하를 요구할 것이 뻔하다"며 "여전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례가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 "예외 검토 넌센스"…당국, 적격비용 산출방식 검토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복합할부금융에 대한 카드사별 적격비용 산출 방식을 조사하는 동시에 복합할부금융을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에서 예외로 두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1.5% 계약이 합의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금융감독원이 KB카드에 구두로 "복합할부금융을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의 예외 분야로 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KB카드 측은 현대차의 0.7~1.1%의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인하 요구에 대해 여신전문금융업법 18조 4항 '대형 신용카드가맹점은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수수료율을 정하게 하는 행위'라며 수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집해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급기야 현대차 계열 금융사에 대한 '방카슈랑스 25%룰' 도입 검토를 시사했고, 현대차 측은 수수료협상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압박카드라며 반발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복합할부금융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관련 내용에 대해 사실 확인을 회피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간 서면을 통해 검사했던 카드사의 복잡한 적격비용 산출 방식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2012년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를 개편해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현실화하고, 영세가맹점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여전법을 개정해 적격비용 항목들이 원가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검사해왔다.
만약 카드사의 가맹점 적격비용 산출에 문제가 있다면 관리·감독을 허술하게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2년 여전법 감독규정에 '공적인 성격이 있는' 가맹점의 경우 특수성을 고려해 적격비용을 차감 조정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복합할부금융의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의견이다.
한 카드업체 관계자는 "(자동차의 경우) 국민 생활에 필수불가결하거나 공공성을 갖는 재화라고 할 수 없다"며 "아파트 관리비, 대학등록금 등 서민에게 직결되는 수수료율 조정이 더 시급한데 복합할부금융에 대해서만 예외를 두는 것은 넌센스에 가까운 발상"이라며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