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온라인속보팀] '개인용으로 쓸 때만 무료'라는 단서를 달아 프로그램을 배포한 소프트웨어 업체가 이를 업무용으로 쓴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라이선스료를 달라며 80개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고법(민사4부)는 메리츠화재와 벽산엔지니어링 등 80여개 기업이 컴퓨터 화면캡쳐 프로그램인 '오픈캡쳐' 저작권사 ISDK를 상대로 낸 '저작권으로 인한 채무부존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업무용으로 사용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컴퓨터 메모리내 '일시적 저장'까지 저작권 침해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판결이다.
당초 인터넷 화면을 캡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오픈캡쳐는 무료로 배포됐다. 이후 2012년 버전 업데이트 과정에서 비상업용·개인용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단서가 포함됐다. 기업 등에서 업무용으로 사용하려면 별도의 라이선스를 구매하도록 한 것.
그러나 80개 기업 직원들이 무단으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자 ISDK는 비용 지불을 요구했고, 해당 기업들은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소송으로 맞섰다.
소송의 쟁점은 무료였던 소프트웨어가 유료로 전환된 경우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메모리에 잠깐 저장되는 '일시적 저장'을 저작권법에서 금지한 복제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기업 측에서는 메모리에 저장되는 것은 찰나에 불과하고 전원이 꺼지면 저장됐던 내용도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복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일시적 저장도 저작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업무용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 계약을 위반한 것에는 해당할 수 있어도 저작권 침해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저작권법에서는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 처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저작물을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복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 사건의 경우 이런 면책 대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업무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 약관을 무시한 데 대한 계약상 책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저작권자가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별도로 제기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