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님 주량과 주법은 어떠했을까. 논어 향당편에 공자에 대해 언급한 '유주무량 불급란(唯酒無量 不及亂)'으로 미뤄 볼 때 잘 드시되 흐트러지지 않았나 보다.
술 마시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긴 제자 자공에게 공자가 한 말이 있다. “백날을 수고하고 하루를 즐기는 것이다. 긴장만 하고 풀어지지 않는 일은 문왕과 무왕이 하지 않았으며, 풀어지기만 하고 긴장하지 않는 일도 문왕과 무왕이 하지 않았다.”
과거 취기에 따른 기행은 큰 잘못이 아니면 용서받는 분위기였다. 또 사회적으로 술 잘 먹는 사람이 회사나 조직에서 인정받는 분위기도 있었다.
태종은 자신의 뒤를 이을 왕을 정할 때 너무 마시고 아예 못마시는 자식보다 적당히 마실 줄 아는 세종을 택했다는 얘기도 있다.
조지훈 시인은 ‘술은 인정(人情)이라’ 수필에서 주량 뿐 아니라 주도를 따져 '급'과 '단'으로 총 18등급을 나누기까지 했다. 9~1급은 술의 참맛과 참된 깨달음을 모르는 단계다. 못마시거나 혼술, 반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1~9단이 나름 고수라 할 수 있다. 애주(愛酒, 1단)부터 주도삼매에 빠진 장주(長酒, 5단), 술을 즐기며 마셔도 그만 안마셔도 그만인 낙주(樂酒, 7단) 등이 포함된다. 공자님은 7단이 아니었을까.
최근 술에 대한 관용은 사라지고 오히려 자기 관리의 시험대 영역이 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술 취하는 단계를 보면 ‘긴장된 입이 풀리는 해구(解口), 미운 것도 예뻐 보이는 해색(解色), 분통과 원한이 풀리는 해원(解怨), 인사불성이 되는 해망(解妄)’의 수순을 통상 밟는다.
이에 따른 만취가 가져오는 행동 결과는 심신 장애 등으로 정상참작이 이뤄지기도 했으나 지금은 상대방 기준에서 판단되며 사회적으로 용인이 안되는 분위기다.
때문에 최근에는 으레 술이 함께 하는 저녁 모임의 2차는 차 한잔으로 끝내거나 아예 1차로 자리를 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회식 자리도 예전처럼 요란스러운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피하기 곤란한 술자리도 는다. 술의 원 취지인 정과 즐거움을 함께 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게 술 깬 이후에 후회 없이 이롭다. 아무리 술을 잘 마신다 해도 정도 이상의 술에 장사는 없다. 과하면 흐트러지게 돼 있고 실수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실수가 자신을 나락으로 빠뜨릴 수도 있으니 송년 자리가 ‘해망’(解妄)이 되지 않기 위한 자기관리를 요구한다.
술의 양과 관련한 주력(酒歷과 酒力)보다 술의 교양·법도인 주격(酒格)·주도(酒道)가 중요하다. 즐기면서 건전한 음주를 즐기자.
‘불급란(不及亂)’. 새겨 들을 대목이다.
김무종 금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