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정부가 증권사와 보험사의 외화자금 조달 상황을 한 달에 한 번씩 들여다본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은 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외화 유동성 관리제도 및 공급체계 개선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비은행권 금융회사의 외화 조달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모니터링 지표 3종을 새로 도입한다. 우선 외화자금 조달·소요 지표를 통해 향후 30일간 외화자금 조달 계획을 월 단위로 점검한다. 점검 시에는 자산가치 급락이나 외화 차입 조기 상환 요구 등 우발적인 상황에서 예상되는 수요까지 반영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외화자산-부채 갭 지표를 도입해 전체 외화자산 대비 외화 순자산(자산-부채) 비율을 점검하고, 외화자금시장 조달 비중을 매월 모니터링한다. 외화 조달-운용 만기 지표를 통해 매월 외화 조달 및 만기 현황을 들여다보며 미스매치(자금 조달 만기와 운용 만기 간 불일치) 위험을 살핀다.
모니터링 지표는 외화자산과 부채 규모가 큰 증권·보험사에 우선 도입하고 향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이는 외화자금시장(스왑시장)에서 증권사 등의 수요가 이상 급증하는 등의 위험을 빠르게 파악하기 위한 조치다.
스왑시장은 원화를 빌려주고 달러를 빌리거나, 달러를 빌리고 원화를 빌려주는 통화 간 대차시장이다. 비은행권 금융회사의 경우 대개 달러를 직접 사지 않고 스왑시장에서 달러를 조달해 해외투자를 하는데, 만일 달러 조달 상황이 악화하면 시장에 연쇄적인 충격이 올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국내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단기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업어음(CP)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 불안이 촉발된 전례가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한 해외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지수가 폭락하면서 대규모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발생한 탓이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보험사나 증권사들이 보유한 외화자산 중 스왑시장에서 조달한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스왑시장에서 조달한 외화와 해외 운용 자산 간의 운용 만기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등을 파악해 해외투자 관련 외화 조달 리스크를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잠재적 취약성 평가) 적용 대상도 증권·보험사 등으로 확대하고 매 분기 테스트를 진행한다. 예컨대 증권사의 경우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이 되는 글로벌 증시가 -20∼-40%까지 급락하는 상황을 가정해 점검하게 된다. 이와 함께 외환 건전성 관련 점검 사항을 확대하고 점검 주기도 분기 단위에서 월 단위로 단축한다.
정부는 금융회사의 위험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그룹 단위 관리체계를 도입한다. 금융지주회사에 그룹 전체 단위 외화유동성 규제 비율 산출을 추진하고, 유사시에는 금융지주회사가 그룹 차원에서 자회사를 지원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정부는 또 비은행권 금융회사들이 외화 유동성 등에 대한 자체 위험관리 기준을 수립할 수 있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외화 유동성 비율 및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등 비은행권 외화 건전성 규제 정비에도 나선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 자체 헤지 규모의 20% 이상을 외화 유동자산으로 의무 보유하도록 한다. 위기 시에는 한국증권금융 등을 통해 증권사에 외화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 이외 기재부 차관이 주재하는 외환건전성협의회를 신설해 분기에 1번 개최하고 기관 간 정보를 공유한다.